AKR20170222096154009_01_i 0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쿠알라룸푸르 내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자 가운데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오전, 사건 발생 이후 9일 만에 두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중문 매체 성주(星州·신츄)일보·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에 따르면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내 경찰청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가 총 11명으로 이중 4명을 검거했으며 7명은 달아난 상태라고 밝혔다.

체포된 용의자 4명은 북한 국적 리정철과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 2명, 인도네시아 여성의 남자친구이다. 칼리드 청장은 이 중 인니 여성의 남자친구는 석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아난 용의자 7명 중 5명은 북한 국적임이 확인 됐으며 이 중 4명은 평양에 이미 도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칼리드 청장은 밝혔다.

그는 “이 4명이 사건에 깊이 연루됐다고 여긴다”며 북한 정부에 이들의 체포를 위해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해당 4명이 범행 직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니 수도 자카르타로 이동한 후 2조로 나뉘어 도주한 것으로 인니 입국관리국이 발표를 전했다. 중동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복수의 도시를 경유해 17일에 평양에 도착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칼리드 청장은 북한인 용의자 5명 중 나머지 용의자 1명과 북한 국적임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연루자 2명은 아직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면서, 연루자 2명의 신원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라고 밝혔다.

칼리드 청장은 북한 대사관에 이날 해당 2명에 대해 청취를 위해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그들이 수사 협조를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신 인도와 관련해서는 북한 정권 측의 계속된 양도 요구에도 말레이 당국은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칼리드 청장은 “유족이 오면 보호해줄 것”이라면서 유족이 DNA 샘플을 제출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그는 “만약 말레이시아에 오기를 원한다면 외무부 또는 다른 정부 당국과 접촉하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공동 수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칼리드 청장은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의 입국설과 관련해서는 모두 루머이며 아직까지 도착한 유족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인 21일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 병원에 조직범죄특수부대(STAFOC) 소속 경찰대원이 배치되고 보안이 강화돼 김한솔이 도착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에 대해 병력 배치는 영안실 침입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김한솔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 교도 통신은 이와 관련, 현지 중문매체를 인용해 김한솔이 특수부대원 중 한 명으로 변장하고 병원에 들어가 DNA검사를 위한 샘플 채취까지 마쳤다는 현지 경찰 소식통의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여성용의자들이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참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조사 결과 “CCTV를 보면 여성 둘이 (범행 후) 손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미 독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을 씻으려 한 것”이라면서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쿠알라룸푸르의 쇼핑몰에서 미리 연습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리드 청장은 “2명의 여성 용의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촬영을 위한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며 “그들은 훈련을 받았다. 쿠알라룸푸르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쇼핑몰 파빌리언 및 KLCC에서 모의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도 이미 계획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칼리드 청장은 사용된 화학물질의 종류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를 통해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양으로 도주한 용의자 4명과 말레이 내 북한 국적 용의자 2명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며 북한에 수사 협조를 요구해 사실상 북한이 배후임을 시사한 것. 로이터 통신은 이에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현재 시신의 양도 등을 둘러싸고 비난을 주고 받고 있다. 전날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까지 나서 “(말레이시아는) 압박이나 협박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대사의 발언에 대해 “외교적으로 무례했다”고 직접 비판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전세계적으로 몇몇 되지 않는 국가 중 하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단교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