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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 민다나오에 계엄령 선포…러시아서 급히 귀국

필리핀 두테르테, 민다나오에 계엄령 선포…러시아서 급히 귀국

기사승인 2017. 05. 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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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PHILIPPINES-DIPLOMACY <YONHAP NO-2227> (AFP)
사진출처=/AF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3일 오후 10시(현지시간) 남부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강권 통치를 우려하는 경계 목소리가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초 나흘로 예정됐던 러시아 공식 방문 기간을 단축해 24일 귀국길에 오르며 “나는 가혹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엄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의 계엄령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계엄령 기간과 관련해 “한 달 안에 끝나면 좋겠지만,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저녁 러시아 모크스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엄령이 앞으로 60일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헌법상 계엄령은 처음에 60일 간 발동할 수 있으며 의회의 승인을 통해 연장될 수 있다.

필리핀 현지매체 인콰이어러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계엄령은 민남다오 섬 마라위 시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단체 마우테의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발동됐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에 따르면 인구 약 20만 명의 마라위 시에서 발생한 이번 충돌로 교전을 벌이던 정부군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마라위 시에는 현재 100여 명의 마우테 무장대원들이 있으며, 이들은 시내의 주요 도로를 점령하고 학교·성당 등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로렌자나 장관은 이번 충돌이 마라위 시에서만 발생하긴 했으나 인접한 술루·삼보앙가 등에서도 안전 문제가 있어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다나오 섬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 등 여러 반군들이 밀림지대를 근거지로 활동 중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전에도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여러 번 경고한 바 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마약범 소탕과 관련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도 민다나오 지역의 IS 추종세력 소탕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야권 및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이슬람 반군단체 소탕을 계엄령 선포의 표면적인 이유로 들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를 다른 지역까지 확대해 강권 통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

특히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기독재를 경험한 필리핀에 계엄령은 민감한 사안이다. 1965년 대통령에 오른 마르코스는 정부 전복 세력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언론을 장악하는 등 1986년까지 21년간 장기집권하며 독재정치를 했다.

필리핀 가브리엘라여성당(GWP)은 성명을 통해 “계엄령은 민다나오의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며 “(계엄령 선포는) 정당한 반대 의견조차 탄압할 수 있도록 군에게 총괄적 권한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필리핀 인권단체연합 카라파탄도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계엄령은 필연적으로 공습 등 군사작전의 강화를 불러올 것이며, 이로 인해 많은 민간인들이 죽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사법 절차에 의하지 않은 살인이나 불법체포, 고문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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