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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들 속속 ‘베트남 탈출’, 이유는?

외국계 은행들 속속 ‘베트남 탈출’, 이유는?

기사승인 2018. 02. 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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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베트남국제상업은행(VIB)
외국계 은행들이 속속 베트남을 빠져나가고 있다.

태국 아시아타임스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이후부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외국계 은행들의 베트남 탈출이 점차 가속화 되고있다.

지난해 7월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은 2008년부터 꾸준히 운영해 오던 호치민시 지사를 베트남국제상업은행(VIB)에 매각했다. 9월에는 HSBC은행 베트남 지사가 베트남테컴뱅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분야와 개인고객 12만 5000명을 신한은행에 이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프랑스의 BNP파리바스 은행이 거의 1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베트남OCB은행의 지분 18.7%를 처분하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지난 1월 베트남의 상장은행인 아시아상업은행(ACB)의 지분 8.75%를 매각하며 12년 간의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들이 썰물처럼 베트남을 빠져나가는 것은 경제지표가 나빠서는 결코 아니다. 지난해 베트남의 증권 시장 성적은 상당한 강세를 보였으며, 이 해에만 베트남VN지수는 무려 47%나 올랐다. VN지수는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베트남 사업을 정리하는 요인으로 베트남의 금융기관법 개정안 시행을 꼽고 있다. 올해 1월 15일부터 시행된 이 개정안이 부실은행의 파산 신청을 허용하면서 현지 은행들의 줄도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본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 역시 해외 투자자들이 베트남의 금융 시스템과 장기적 경제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향후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지 은행 전문가 응우옌 트리 히우는 외국인들이 지분을 매각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현지 금융기관들의 높은 악성부채 비율과 비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들에 따르면 베트남 은행들의 악성부채는 무려 600조 동(약 28조 3800억 원)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30대 주요 상업은행 중 10곳이 금융기관법 개정안에 의거해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베트남의 금융기관 중 절반 가량이 파산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기관 정리 과정이 국가 주도로 이뤄진다고는 해도 과연 베트남 당국이 그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높은 공공부채와 적은 외환보유고로 인해 베트남은 공적 자금을 투입해 파산은행들을 구제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푹 총리는 지난해 1월 공공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베트남의 재정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푹 총리는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65%까지로 제한한 규정이 이미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리스크 역시 불안 요인이다. 영국의 리스크 컨설팅 업체 메이플크로프트는 베트남이 전세계 고(高)리스크 국가 15곳 중에서도 터키와 더불어 가장 정치적 리스크가 높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부패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고위직 숙청 및 당 장악에 나서면서 베트남의 정치적 리스크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처럼 줄줄이 예정된 은행 파산과 정치적 불안정성, 민초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점 등이 외국계 은행들이 베트남 탈출을 도모하게 된 원인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매체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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