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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보라카이 폐쇄’, 환경이 아닌 ‘중국인 도박꾼들’ 위해서?

두테르테 ‘보라카이 폐쇄’, 환경이 아닌 ‘중국인 도박꾼들’ 위해서?

기사승인 2018. 04. 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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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Boracay <YONHAP NO-3423> (AP)
사진출처=/AP, 연합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보라카이 6개월 폐쇄 결정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라 카지노 설립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카오 기업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창립자 뤼즈허(呂志和) 회장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보라카이에 5억 달러를 들여 카지노와 리조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나서 두 달 후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라카이를 방문해 이 섬이 ‘하수구’ 같다며 재정비를 위한 폐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결국 지난 4일 환경 재정비를 위해 보라카이를 오는 26일부터 6개월 간 폐쇄하는 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보라카이 섬 주민들은 두테르테 정부가 중국계 자본과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지인들의 이해관계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보라카이 폐쇄와 환경 정비 작업이 카지노 영업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필리핀인 식당 경영자는 “보라카이 폐쇄로 (자국민) 3만 6000명 가량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두테르테 정부가 필리핀 국민의 편에 서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보라카이 폐쇄의 원인이라면, 이곳에 거대한 규모의 카지노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카지노는 환경을 파괴하고 보라카이 섬만의 특징도 다 없애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소규모 어민 연맹’의 페르난도 히캅 회장은 “두테르테 정부가 우리 현지인들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생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외국 기업이 이윤을 갈퀴로 쓸어모으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 카지노를 들이기 위해 보라카이 내 소규모 해변 리조트들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꼭두각시 놀음에 우리의 국가적 유산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관광지 마저도 외국 자본에 팔아넘기는 반(反) 필리핀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관광업에 있어 중국인 관광객들은 중요한 수입원이다. 지난해 필리핀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96만 8447명으로 2016년에 비해 43%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보라카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37만 5284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3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보통 보라카이를 찾은 중국인들은 3일 여행에 보통 4만 페소(약 82만 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보라카이 폐쇄가 현지 주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라카이 필리핀-중국 여행 가이드 연맹’은 현지 언론에 밝혔다.

보라카이가 한 해 벌어들이는 관광수입만 560억 페소(약 1조 1500억 원)로, 필리핀 경제 성장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식당 주인은 보라카이 폐쇄가 불러올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식품과 다른 생산품들을 이곳 현지 식당 및 호텔들에 공급하는 유통 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또한 물류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업체들은 더이상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수 없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직원들은 섬을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숙련된 직원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난 뒤 다시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홍콩증시 상장 기업인 갤럭시 엔터테인먼트는 보라카이 내 23헥타르(약 7만 평)의 부지에 리조트와 카지노를 건설할 계획이다. 착공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완공까지는 3년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갤럭시 엔터테인먼트의 대변인은 “국제 기준에 맞춰 보라카이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발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갤럭시 엔터테인먼트의 최우선 순위이자 경영 철학”라고 밝혔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의 폐쇄 결정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보라카이가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지속 가능한 휴양지로 유지돼야 된다는데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자사의 환경적 가치에 따라 보라카이가 자연 환경을 되찾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갤럭시 엔터테인먼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신규 카지노 설립을 금지하고 나선 이후인 지난달, 필리핀 규제 당국으로부터 카지노-리조트 설립을 위한 허가를 발급 받았다. 이에 대해 필리핀 당국은 갤럭시가 영업 허가를 받은 것은 금지 결정 이전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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