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 흘러가는 바람에 뒹구는 낙엽조각 같은 것. 빈 소주병 속에 몰래 숨어있는 부러진 이쑤시개 같은 것. 누군가를 이유 없이 골려주고 싶은 어린애 같은 장난끼. 시시함과 하찮음. 이것이 생각나라 입장권이다”
세계적인 한류관광지로 유명한 남이섬을 경영하는 (주)남이섬 강우현 사장의 사무실은 여느 CEO들과는 전혀 다르다.
돗자리 바닥 위 작고 소박한 소반과 소파 하나가 전부인 사무실에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그가 직접 그린 습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 작품들은 남이섬에서 직접 생산한 누런 색 친환경 종이에 그려져 있다. ‘사무실’이 아니라 ‘작업실’이란 명칭이 실감난다.
남이섬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했으며,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하는 청정환경의 국제적 관광휴양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강 사장은 이런 남이섬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남이섬은 청평댐을 만들면서 생긴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시 경계에 있는 내륙의 섬이다. 1965년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고(故) 수재 민병도 선생(1916~2006)이 토지를 매입, 모래뿐인 불모의 섬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남이섬의 역사가 시작됐다.
수재 선생은 제일은행장, 한은 총재를 지냈으며 그랜드 하얏트호텔 회장, 학교법인 휘문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또 한국 최초의 출판사인 을유문화사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 교향악단인 고려교향악단을 창설했으며, 어린이 문학잡지인 ‘새싹문학’을 고 윤석중 선생과 함께 창간하는 등, 금융.경제.교육.문화 등 다방면에서 불멸의 족적을 남긴 한국현대사의 거목이다.
노년의 수재 선생은 북한강 위에 떠있는 반달 모양의 남이섬에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토끼들이 떡방아를 찧는 동화 속 세계를 꿈꿨고, 손수 가꾼 그 숲 속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오늘의 남이섬을 일구고, 지금도 섬 전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디자인하고 있는 인물이 강 사장이다.
그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플래닝 디렉터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북 디자인으로 1986년 노마 국제 픽쳐북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제50회 칸 영화제 포스터도 디자인했다.
그가 남이섬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책표지 디자인을 하면서, 수재 선생의 며느리인 이계영(이계경 전 한나라당 의원의 언니) 여성신문출판사 사장과 친분을 쌓은 것이 계기가 됐다.
“2000년 12월 남이섬에 놀러왔다가 사장으로 눌러앉게 됐습니다. ‘남이섬은 이 섬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맡아야 하며, 관광분야 비전문가가 더 잘할 수도 있다, 잘 아는 사람은 새로운 모험을 하지 못한다’고 이 사장님이 적극 추천해 주셨죠”
강 사장은 예술가답게 톡톡 튀는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남이섬을 개조해나갔다. 그런 그를 수재 선생도 적극 후원해줬다.
“처음 동화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선생은 ‘나도 원래 나무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무만 있으면 뭘 해? 토끼가 뛰노는 동화나라를 만들어 보라’고 격려하시면서 마치 친아들처럼 아껴 주셨습니다. 당신이 문화에 조예가 깊으셨기에 저를 이해하셨던 것 같아요”
강 사장은 떠들썩한 유원지였던 남이섬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런 그의 실험들을 세상에선 역발상경영, 창조경영, 디자인경영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환경운동연합과 YMCA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웬만해선 서울에 나가지 않는다. 서울에 다니다보면 창의성이 제약을 받을까 해서다. 같은 이유로 종교도 멀리한다.
공무원들과도 아무 관계를 맺지 않는다. 지원을 받으면 간섭도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한국은 획일성이 너무 강한 나라입니다. 필요이상의 규제도 많지만, 악법이라고 위반하면 더 피해가 커집니다. 악법일수록 더 잘 지켜야 합니다”
한발 더 나가 그는 “규제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안 되는 것, 어려운 것이 많아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창의력이 생기는 겁니다”라며 “나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법입니다. 권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강 사장은 “누구에게나 천부적인 창의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