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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단순히 절제심만이 문제일까’

비만, ‘단순히 절제심만이 문제일까’

기사승인 2009. 01. 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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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1980년 미국 성인 인구의 10%가 비만이었으며 호주와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에서는 5% 정도였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비만을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 남성 비만은 그저 맛있는 음식을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붙임성이 좋아 회식 자리마다 열심히 참석하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6년 체질량 지수가 30이 넘는 성인 비만 인구는 590만명, 체질량 지수 25-30의 과체중 인구는 1400만명으로 프랑스 성인 인구의 40%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이 되었다.

프랑스의 농공학자이자 올바른 먹을거리를 위한 소비자단체 '청백심장소비자조합'의 대표이기도 한 피에르 베일은 '빈곤한 만찬'(궁리 펴냄)에서 비만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구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비만이 되는 나이는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 심각성을 강조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단순히 부족한 절제심을 탓해야 할까.

저자는 '유전자'의 문제를 꼽는다. 선사 시대와 달라진 것이 없는 '나이 든 유전자'와 '새로운 음식물' 사이의 '세대차'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즉 선사시대와 산업시대 이전의 인류는 어려운 때를 대비해 가능한 한 영양소를 비축해 두려는 유전자를 지녀 왔고, 언제나 풍부한 음식을 구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 와서도 그 유전자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사냥하고 농사짓는 활동 대신 대형 마트에 가서 손쉽게 음식을 구하고 간단히 조리를 해먹을 수 있으며, 그 음식에는 필요한 양보다 과도하게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불균형의 문제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다. 남는 지방을 비축하는 역할을 하는 오메가6와 남는 지방을 연소하는 오메가3의 이상적인 비율은 5대1이지만, 현대인은 오메가6를 오메가3보다 평균 20배나 더 섭취하고 있다.

이는 가공식품과 축산업의 문제에 기인하지만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아는 식품회사와 제약회사는 다이어트 산업을 조장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음식과 영양에 대한 흑백논리도 문제다. '이스라엘 패러독스'는 동물성보다 식물성이 좋다는 편견을 깬 대표적인 사례다.

과일과 야채 소비량이 유럽 평균보다 60%나 높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중해식 식단 덕분에 콜레스테롤 농도는 매우 낮지만 당뇨와 심장혈관계통질환, 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은 민족으로 분류된다. 그들이 섭취하는 기름의 85%는 동물성 지방 못지않게 해로운 콩기름이기 때문이다.

비만은 양적으로 풍족하지만 질적으로 빈곤한 우리의 만찬이 초래한 것이며, 이는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먹을거리와 환경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일깨우고 있다.

양영란 옮김. 34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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