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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盧 거론한 박연차..준비된 ‘마지막 카드’

처음부터 盧 거론한 박연차..준비된 ‘마지막 카드’

기사승인 2009. 06. 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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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 구속된 직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거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전 회장이 이런 진술을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권 차원의 ‘표적수사’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과 달리 박 전 회장의 ‘진술’에서 시작됐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정치권의 파장이 예상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 12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은 끝내 공개하지 않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태광실업의 세무조사에 착수한 배경이나, 노 전 대통령이 실제 640만 달러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박 전 회장이 무슨 근거로 노 전 대통령에게 준 돈이라고 진술했는지 등은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이다. 특히 박 전 회장이 구속되자마자 노 전 대통령을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박관용ㆍ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의 이름과 함께 금품 수수자로 먼저 진술한 이유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이 쌓였을 수 있고, 돈을 워낙 많이 뿌렸으니까 ‘가장 센 사람’만 수사하고 끝내자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해외에서 신발공장이나 운영하는 내가 대통령한테 무슨 도움을 받았겠느냐. 후원자로 알려져 표적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준비된 카드’였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을 중심으로 회사 임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대책팀을 꾸려 로비를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인정할 건 인정하고 회사는 살리자’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고 한다.
실제 그해 12월 10일 그는 검찰에 출석해 위의 혐의는 인정했지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나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박 전 회장을 비롯한 대책팀은 검찰 수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금품로비 의혹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 수많은 금품수수자 가운데 누구를 거명할지 고민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네 명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과 20년 넘는 인연을 맺어온 박 전 회장이 ‘盧 서거’ 소식에 짙은 회한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을 제일 먼저 거명한 그의 심적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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