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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검사’.. 故 강영권 검사에 대한 기억

‘막걸리 검사’.. 故 강영권 검사에 대한 기억

기사승인 2009. 08. 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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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검사, 만년 부장검사, 지하철 검사, 막걸리 검사, 청계산 검사 강영권….

자가용 대신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값싼 막걸리를 즐겼던 소탈한 성품의 고(故) 강영권(사법시험 23회) 검사가 세상을 떠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그가 생전에 보여준 정의롭고 소탈한 모습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인의 모교인 순천고 출신 현직 검사들이 강 검사가 생전에 썼던 글을 모아 ‘그의 길에 기대어 웃고 울다(강영권 검사가 사랑한 세상)’와 ‘그의 글에 기대어 웃고 울다(강영권 검사가 사랑한 인생)’를 발간했다.

유고집에는 검찰 내부통신망의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verpower108)에 올렸던 글과 여행, 등산 뒤의 감흥을 적은 기행문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갑작스럽게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글에는 ‘막걸리 냄새’가 틈틈이 섞였다.

청계산 정상 한 귀퉁이에서 좌판 앞에 선채로 풋고추 한 개를 된장에 찍어 안주 삼아 씹어 먹고, 2000원짜리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마시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는 강 검사.

북한산 두부집에서 모듬 두부와 녹두전을 안주 삼아 서울장수 막걸리를 마신 이야기나, 대구에서 근무할 때 퇴근 후 단골 돼지국밥집에 들러 불로막걸리 두 병을 시켜놓고 주인아주머니와 나눈 대화 한 자락은 서민의 모습 그대로다.

그가 평소 블로그를 통해 검사로서의 역할과 국민들의 삶에 대해 걱정했던 흔적도 엿보인다.

“한때 우리 사회에는 정의사회 구현이니 하면서 정의를 강조하던 때가 있었다. 그 구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억울함과 분함이 만들어졌던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는 검사들이 생겨나야 할 것 같다”면서 과도한 정의감이 주는 참혹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고인과 사법 연수원 동기인 최영호 변호사는 “만나는 누구에게나 자상하고 따뜻했던 사람”이라며 “인사 발령에 불만을 품고 변호사 개업을 하려는 사람을 늘 토닥거리고 같이 아파해 주면서도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는 아무런 속내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남 여수 출신의 강 검사는 동국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 광주지검, 인천지검, 서울동부지청, 서울고검 검사 등을 거쳐 올해 초 의정부지검 전문부장검사를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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