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이라 불리는 어려운 취업난을 뚫은 신입사원들이 늦기 전에 원하는 직장을 구하겠다며 자처해서 신(新) 구직자 ‘반수생(半修生)’ 대열에 들어선 셈이다.
평일 오후 7~9시경 신촌·종로·강남 일대 토익·토플학원엔 퇴근 후 강의를 듣기 위해 학원을 찾은 직장인들로 붐빈다.
어학원 문의게시판에 “신입사원이라 공부시간이 부족한데 대학원 준비기간은 2달이면 괜찮냐” 등을 묻는 직장 새내기도 적지 않다.
9일 오후 서울시내 한 영어학원 대기실에서 만난 정진주(26·가명)씨는 지난해 모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지만 퇴근한 이후 토익 강의를 듣고 있다.
원서에 첨부할 성적이 만료돼 다시 시험에 응시할 계획인 정씨는 올해 말 퇴사 후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정씨는 “직장생활 1년차에 후배도 생겼지만 업무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힘들다”면서 “요즘 같은 취업난에 사표를 낸다는 게 철없는 행동 같지만 주변에도 삼성, LG 등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그만두고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 밀집지인 강남의 한 어학원에 다니는 취업준비생 이정은(23)씨는 신입사원들의 재취업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씨가 수강 중인 오후 강의는 정원이 20명이지만 절반이 직장인들로 채워졌다.
이씨는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1~2년차 직장인이 꽤 많다”면서 “남부러울 것 없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왜 대학원에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취업난으로 인한 ‘무작위 공채지원’과 세분화된 직종·업무에 대한 ‘사전정보 부족’이 사회 초년생의 발길을 대학원과 재취업 현장으로 돌리는 요인이 된 셈이다.
모 증권회사에 다니다 퇴사를 결심한 박성훈씨(32·가명)는 “취업이 어려워 30~40군데씩 지원해 합격되는 곳에 입사하다 보니 뒤늦게 적성에 안 맞아 고민하게 됐다”며 “업무에 흥미를 느끼기도 전에 매일 소모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첫 직장에서 퇴사한 후 연세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홍지민(27·가명)씨도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기업에 힘들게 입사했지만 맡은 업무가 대학 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면서 “하루라도 젊었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720명 중 6개월 이전에 퇴사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이 8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장기업 417개사에서 지난해 입사한 인원 1만5051명 중 조기 퇴사자는 1320명으로 평균 8.8%의 퇴사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구직자들의 심리가 ‘묻지마 지원’으로 이어져 조기 퇴사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원하려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한 후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를 판단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