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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우 작가 인터뷰] “무조건 쓰고 다른 이와 나눠라”

[조선우 작가 인터뷰] “무조건 쓰고 다른 이와 나눠라”

기사승인 2010. 08. 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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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우 작가.                               사진/=송지현 기자
[아시아투데이=송지현 기자] 첫 인터뷰라 가뜩이나 긴장했는데 조선우 작가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황한 나머지 힐을 신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전력으로 뛰어 불볕 아래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됐다.

조금 포장하자면 우리의 첫 조우는 조 작가가 입고 나온 붉은색 옷처럼 과연 열정적이었다. 급히 인사를 나눈 후 까페를 찾아 들어가 본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조 작가는 뜨거운 날씨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레몬차를 들이켰다.

그제야 숨을 좀 돌릴 시간이 생겼다. 바짝 긴장한 본 기자와 달리 조 작가는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개인이 독자와 바로 소통하는 시대 왔다”

송지현(이하 송): 첫 책이 나왔을 때 기분과 주변 반응은?

조선우(이하 조): 출판계에 있으면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계속 책을 만들어 왔었기 때문에 새롭지는 않았다. 편집장과 기자 경험이 있다 보니 그 시절에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다들 ‘편집장님’ ‘기자님’ 이라고 부르지 작가님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블로그에 글 올리던 시절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송: ‘등단을 통해서가 아닌 글쓰기’ 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조: 한국 문학계는 작가가 유명하지 않으면 주목을 받지 못한다. 소설가의 경우에도 이름 있는 사람이 아니면 출판사들이 출판을 꺼린다. 판매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여니’ 의 경우 대중에게 먼저 노출됐고 인기를 끌자 출판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또 이제는 전자책의 시대가 도래했다. 즉 작가가 중간에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유통업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출판사에 소속된 개인으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바로 독자와 소통함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미네르바’ 라는 사람이 올린 글 몇 마디로 큰 파장이 일었던 예를 들 수 있겠다. 이렇게 구조가 바뀌면서 글을 쓰고 글을 올리는 행위는 일종의 권력이 됐다. 꼭 등단의 영역 안에서만 글쓰기를 바라보지 말고 깨인 눈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송: 요즘 사람들의 독서량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조: 맞다. 사실 ‘작가사냥’을 출판한 것도 전반적인 독서량의 향상을 염두에 두고 하고 싶은 말을 쓴 부분이 있다. ‘책을 읽어라’ 라고 하면 지루하고 진부하지만 ‘작가가 돼라’ 고 하는 것은 새롭다.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선망하는 것처럼 작가도 어떻게 보면 선망의 대상이다. 사실은 연예인 되기보다 작가 되기가 훨씬 쉽다. 그런데 작가가 되려면 글을 읽을 수밖에 없다. 출판사가 작가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모든 일반인들이 작가가 될 수 있다. 방송에서 ‘책을 읽자’ 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이제 그것처럼 ‘작가가 되자’ 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면 어떨까. 그럼 독서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지지 않을까.

송: 현재 전자책 등이 나오면서 종이서적이 한풀 꺾이는 기세다. 출판에 주는 영향이 있을까?

조: 최근 전자책 출판도 주시하고 있다. 전자책과 종이서적은 각기 다른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 종이서적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종이의 질감과 글씨의 모양, 쥐었을 때의 촉각 같은 것이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과거에 책=글 이라는 개념과 달리 책=상품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소유욕이 있다. 전자책은 소유욕을 만족시켜 주기에는 아직 불충분하다. TV가 나왔을 때 누구나 라디오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라디오는 남아 있다. 장시간 운전하는 운전자들과 일하면서 TV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이 꾸준히 듣고 있는 것이다. 종이책도 이와 같이 또다른 영역에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책의 경우 휴대의 편리성 때문에 굳이 소유하거나 보관할 필요가 없는 학습서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과 종이서적은 서로의 효용성에 따라 공존하게 될 것이라 본다.

이야기를 나누는 조선우 작가와 스타북스 이은영 팀장.                           사진/=송지현 기자

“작가는 단어를 요리하는 직업이다”

송: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작가사냥’을 처음 접했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와 놀랐다.

조: 작가는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시대다. 그래서 가능성을 다 열어 둬야 한다. 이 점에서 트위터는 아주 좋은 매개물이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제목 ‘작가사냥’을 생각할 때도 그랬다. ‘작가’ 와 ‘사냥’ 이라는 단어는 따로 떼어놓고 보면 굉장히 진부하지만 붙여 놓으면 참신하다. 작가는 이처럼 단어를 요리하는 직업이다. 기존에 나와 있던 것들에서 단어를 재배열해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창조하는 것은 재능도 있겠지만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송: 책을 보니 기자, 편집장, 기획 경험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더라. 경험이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조: 작가가 되려면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사람의 가치관에도 컴퓨터와 같이 회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회로를 가지려면 A로만 다니지 말고 B의 길로도 가 보고, C로도 다녀보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취향이 아닌 것이라고 멀리 하지 말고 다 경험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의 틀이 있겠지만 그 틀 안에서 틀을 계속 깨뜨려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쓰지 않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전국민이 작가가 된다면 사회에도 좋을 것”

송: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조: 맞춤법과 문법이 다 맞더라도 글에 향기가 없을 때가 있다.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글에서 ‘진정성’ 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헐리웃 영화에는 공식이 있다. 재미를 목표로 해서 공식대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 영화의 목표는 ‘인생의 맛’ 이다. 비록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남는 것이 있다. 여기에서 진정성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 진정성을 잡아야 글에 생명력이 생긴다. 진정성이 없는 글은 독자도 알아본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타나게 된다. 조금 큰 이야기지만, 진정성 있는 작가가 되려면 좋은 인격 형성을 먼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국민의 작가화’ 가 이루어지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진정성을 주춧돌로 그 위에 창의력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송: ‘작가사냥’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조: 모든 글을 통틀어 존재론적인 접근을 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취재기자 시절 취재원들을 만나면 개개인마다 숨겨진 재능이 있고 스토리가 있더라. 이렇게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콘텐츠화 시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미래 사업은 콘텐츠가 재원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미래의 주인이 된다. ‘작가’ 라는 직업을 미지의 영역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고 생각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산적인 직업은 만족감을 준다. 이렇게 볼 때 작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도 되면서 사회에서 얻는 여러 가지 우울감과 고통을 글로 승화시켜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송: 다음에는 무슨 책을 집필하고 싶은지.

조: 글쓰기는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준다.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되는 치유의 글쓰기에 대해 쓰고 싶다. 독서와 관련해 어린이 독서지도에 관한 책도 관심이 있다. 어릴 때 독서 습관을 잘못 들이면 커서도 책을 읽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맛집에도 관심이 많아 맛집에 관한 책도 생각 중이다.

“일단 무조건 써라…마음에 드는 게 없다면 직접 써라”

송: ‘작가사냥’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 일단 무조건 써라.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눠라. 블로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돈은 나누면 줄어들지만 지식은 그렇지 않다. ‘책을 만든다’ 는 목표를 가지고 쓰기 시작하면 제목이 나오고, 제목이 나오면 쓸 꼭지들이 늘어난다. 다만 ‘언제까지 몇 개’ 라고 제한을 두기 시작하면 부담스러워지니 편안하게 글쓰기를 즐기는 것이 좋다. 마음에 드는 읽을거리가 없다면 본인이 스스로 그 분야를 써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슬슬 까페의 에어컨 바람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그나

'작가사냥' 책 안에 '미래의 송지현 작가에게' 라는 사인을 받았다. 만족스럽다.                 사진/=송지현 기자
   
마 가까운 곳에서 만나게 돼 좋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조 작가는 본인이 기자 출신이라 기자의 애환을 잘 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뜩이나 요즘 ‘기자XX’ 라는 말 들으며 이리저리 댓글로 얻어맞고 다니는지라 서러웠는데 선배이자 같은 편을 만난 것 같아 괜히 찡해졌다.

작가들 모임이 있으면 불러달라고 너스레를 떨며 말했더니 알았다고 답한다. 작가를 넘어서 여러 분야에 큰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간만에 만난 것 같다. 서로의 꿈을 놓지 않고 다음번에는 작가와 기획자로서 다시 한번 만나길 기대해 본다. '출판계의 마이더스의 손' 이 되겠다는 그의 웃는 얼굴과 멀어지고 나니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그래, 나도 한 번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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