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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 영욕의 60년] 비싼 KTX만 대폭 증차, 요금 불만 폭발

[한국철도 영욕의 60년] 비싼 KTX만 대폭 증차, 요금 불만 폭발

기사승인 2011. 02. 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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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요금 상승…울며 겨자먹기로 이용
구현화 기자] #사례1. “KTX는 너무 비싸다.” 학생 박현준(26) 씨는 잘라 말한다. 프랑스에서 타 본 떼제베보다 KTX 좌석이 훨씬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거의 없어 가격 대비 성능도 좋지 않은 것도 불만이다. 하지만 열차 시간표에는 KTX만 많이 배치되어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KTX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2. 자식들을 보러 정기적으로 상경하는 배 할머니(83)는 KTX를 이용하지 않고 무궁화호만 이용한다. 너무 비싼 비용 때문에 KTX를 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서울역에 나가 이용객들에 물어보니 요금이 비싼 반면 서비스는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았다. 

KTX만 주로 배치된 서울역 열차 시간표
◇ 해마다 오르는 철도 요금…서울~부산 개통때보다 만원 올라

2004년 4월 고속전철 KTX의 개통과 함께 한국철도공사가 출범했다. 고속전철 개발로 처음부터 4천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출범한 한국철도공사는 KTX를 전면에 내세웠다. 구호는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었다. KTX는 서울-부산을 3시간만에 주파했다. 기존 새마을호가 서울-부산 기준 4시간 반~5시간가량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1시간 반 정도를 단축한 셈이다.

당시 김세호 철도청장은 “고속철도 요금은 새마을호의 1.2∼1.5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대전, 서울-부산 간 2만~3만원대였던 새마을호 요금보다 1.5배가량 오른 3만~4만원대로 책정됐다. 서울-부산 간 운임이 4만5000원으로 크게 뛰어오르면서 열차 이용 요금 4만원 시대를 열었다.
 
2004년 KTX 도입시 요금(삼성경제연구소, 2004)

'새마을호의 1.5배 정도’라던 KTX의 요금은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2006년 철도 운임이 평균 9.3% 인상되어 KTX는 4만4800원에서 4만8100원(금요일, 휴일 기준)으로 3300원 올랐다.

가격은 계속 올라 2010년 10월 국감 당시 서울-부산 기준 KTX요금이 5만1200원이었다. 새마을호는 4만1100원, 무궁화호는 2만7700원으로 훨씬 쌌다. KTX 요금과 비교해 보면 무궁화호 요금은 반값 정도에 불과했다.

2010년 11월, 철도공사는 경부고속고속도로-부산 구간 KTX 2단계 선로를 개통하면서 4 300원을 올려 서울-부산 기준 5만5500원이 되었다. 서울-부산을 2시간18분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철도공사는 주말 기준 43편의 열차 중 하루 2차례, 오전과 저녁에 '2시간 18분' 열차를 배치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요금 인상은 전 열차에 적용됐다.

2단계 선로 개통 후 동대구역-서울역 기준 KTX요금은 3만8400원이지만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이보다 훨씬 싼 2만9100원과 1만9600원이었다.

그러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배차간격은 줄어 동대구역 정차하는 왕복 열차 기준으로  KTX는 102회에서 120회로 늘어났으나 새마을호는 42회에서 34회로 줄었다.

◇ 비싼 KTX만 대폭 증차…열차선택권 사실상 박탈

KTX의 높은 운임은 원가와 운영비용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현재 KTX 경부선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노선이며 나머지는 적자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공사는 운영을 위한 수익성 논리를 들이민다. 그러나 수익성 아래 국민이 열차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

2004년 도입되면서 통일호는 사라지고 새마을, 무궁화 열차가 각각 55~68% 감축 운행됐다. 경부선의 경우 새마을호는 63개 열차에서 28개 열차로 55%(38개), 무궁화호는 69개에서 20개 열차로 71%(49개) 줄어들었다. 교외선, 경춘선, 경전선, 장항선, 충북선, 동해남부선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의 통일호 열차는 운행이 중단되었다.

이렇게 KTX만 집중 배치하다 보니 자연스레 KTX의 여객 수송 실적이 늘었다.

2009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차종별 수송 인원 추이에서 KTX의 수송 인원 지수는186으로, 88을 기록한 새마을호나 87을 기록한 무궁화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차종별 인원 수송 인원추이 그래프(2009 철도통계연보)

2010년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권선택(자유선진당) 의원은 "2009년 전체 여객수송의 55.8%를 KTX가 담당해 시행 초보다 10% 부담률이 늘었고, 이에 반해 새마을호의 여객 분담비율은 13.7%에서 9.6%로, 무궁화호는 42.9%에서 33.7%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철도공사가 KTX 배차는 매년 늘리고 나머지 열차는 줄여 운임이 비싼 KTX 이용을 사실상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요금 만족도 개선 필요"

윤장호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 같은 공공사업은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과 시간 단축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있다"며 "이는 철도의 숙명적인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전철의 예를 들며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결돼 있고, 또 저렴한 요금으로 춘천까지 연결할 정도로 잘 구축되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이러한 전철은 정부의 보조로 요금이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면서도 "정부의 지원으로 설정된 싼 운임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필요로 한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박정수 동양대학교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KTX를 못 타는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운영 보상’(MRG)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철도가 2시간 이내 주파하는 전국생활권을 만든 것에는 의의를 둘 수 있으나 요금 부분에서는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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