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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다 못줘” ...서울 서초구 입주민대표들 청원운동

[단독]“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다 못줘” ...서울 서초구 입주민대표들 청원운동

기사승인 2011. 08. 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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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저임금 80%만 지급...내년부터 100% 지급의무화에 반발
25일 서울시 서초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여있는 '청원서 서명 요청 안내문'
[아시아투데이=최용민, 류용환 기자] 서울시 서초구 아파트입주자 대표자들이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 경비원들은 그동안 법정 최저임금의 80%인 월 115만원의 봉급을 받아왔다. 내년부터는 관련 법이 개정돼 최저임금의 100%를 전부 지급해야 한다. 올해 기준 경비원 1인당 37만원 월급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입주민 대표들은 이런 임금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관련 법을 다시 개정해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현재 주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경비원 월급을 앞으로도 법정 최저임금의 80%만 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경비원들은 물론 대다수 입주민들도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서초구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연합회에 따르면 이 단체회원들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어 ‘경비원의 과도한 임금 인상반대 및 관리비 부가세 부과 반대를 위한 서명부 제출요청’을 의결하고 지난 16일부터 입주자를 대상으로 법 개정 추진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회 측은 “지금까지 경비원의 임금을 최저임금법에 의거 최저임금액의 80%로 감액 지급할 수 있었지만 법시행이 올해로 종료되면서 내년부터는 100%를 기준으로 지급해야 된다”며 “이로 인한 관리비 인상으로 가계부담이 높기 때문에 정부 및 국회에 법 개정을 청원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 5조 2항에는 감시적,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 규정은 2011년 종료된다.

정석현 서초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장은 “시간외수당과 야근수당 등을 감안할 때 경비원의 월 임금이 1인당 37만원가량이 인상되기 때문에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결국 경비원 감축으로 연결되어 대량 실업 사태가 유발되고 국가 고용창출에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비원의 대량 해고사태를 방지하고 고용유지를 위하여 감액적용의 영구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갑열 서초2동 우성아파트 입주자대표는 “만약 월급이 오르게 된다면 경비원들을 반으로 줄일 것”이라며 “주민들도 경비원을 반으로 줄이자는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초동 한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이런 내용의 청원서명서를 이 아파트 경비원이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입주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었다. 


경비원들의 월급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청원 서명작업에 경비원이 동원된 것이다. 

이 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주민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동 대표들에게 알려지면 다음 계약에서 바로 잘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주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지 않아도 경비원에게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되물었다.

한편 서초구 입주자 연합회가 이번 청원운동을 시작하면서 막상 입주민들의 의견은 사전에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주민들도 다수 있었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 자체적으로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관리비가 인상되어도 상관없는지를 묻게 될 것이고 주민들의 합의가 있다면 관리비가 올라도 경비원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현 연합회장은 “지난 회의에서 아파트 관리소장과 각 회장들이 건의한 의견을 받아들여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번 청원운동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우성아파트 주민 오모씨(53)는 “최저임금을 그대로 주는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 관리비가 가구당 월 2만원 정도 올라간다고 해도 그 정도 주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정모씨(45)는 “경비원 월급이 얼마인지도 몰랐고 인상하는지도 몰랐다”며 “여러 세대가 조금씩 모아서 주는 것인데 그렇게 큰돈도 아니고 솔직히 적은 금액이 인상되는데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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