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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이 바라본 한국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바라본 한국 대학은?

기사승인 2011. 12. 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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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情 ‘好好’…토론문화 실종 ‘불만(不滿)’
피주영 기자] 국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 외국인 유학생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본 한국과 한국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말이 서툴러 처음부터 영어로 인터뷰에 응한 학생, 자신만만하게 한국어 인터뷰에 도전했다 "영어로 이어가도 되겠냐?"는 질문을 멋쩍게 하는 학생. 출신 국가와 한국에서 지낸 시간도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본 한국과 대학에 대해 들어봤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 출신도 '한국 주당'은 견디기 힘들어

세르게이 알레그산드러비치.  러시아 서강대 중국문화 1학년.
“10년 후엔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나라죠.”

세르게이씨(21)는 한국에 유학 온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고향인 러시아 대학서 한국어를 전공한 그는 책 보다는 직접 부딪치며 한국을 몸소 경험하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0년 세르게이씨는 서강대 중문과에 입학했다. “여러 대학을 알아봤지만 서강대의 학구적인 분위기에 반해 입학을 결정했다”며 “즐겨 찾는 곳은 도서관이다. 없는 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르게이씨는 한국이 좋아 한국 대학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중국문화를 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한국에 있으니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공부하고 있는 셈”이라며 ”한국서 중국까지 공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한국 대학생들은 술을 떡이 될 때까지 마셔서 힘들어요.” 세르게이씨가 한국 대학서 2년을 보내며 느낀 점이다. 그는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까지 열심히 논다. 하지만 복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것도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고 했다.

최근 세르게이씨는 캠퍼스 내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영어 쓰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졌다. 외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게 예전과 다른 분위기”라며 “2년 전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 여대생은 '언제나' 파티복장…패션도 1등, 공부도 1등

마리 안 파스케. 프랑스 건국대 영화연출 3학년.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여대생들이 신기했어요. 우리나라에선 금요일 저녁 클럽에 놀러 가면 볼 수 있는 복장이죠.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패션에 신경 쓰는 만큼 공부도 엄청나게 하더라고요.”

마리씨(23)는 프랑스 파리에서 차로 꼬박 2시간은 달려야 도착하는 작은 도시에서 자랐다. 따분한 시골 생활보단 바쁘고 시끌시끌한 도시에서 생활을 꿈꾸던 마리씨가 우연히 한국 비보이(B-boy) 영상을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춤 추던 한국 비보이들을 보고 한국에 왔지만 지금 프랑스 친구들 사이에선 한류열풍이 대단하니 상황이 역전됐죠.”

문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전공도 영화연출이다. 마리씨가 건국대서 영화연출을 공부하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다양한 실기수업이다. “전공 덕분에 한국영화 많이 봤어요. 그 중 ‘엽기적인 그녀’는 최고였어요.” 마리씨는 졸업 후애도 한국에 남아 고향인 프랑스에 한국 문화 컨텐츠를 알리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 꿈이다. 

마리씨 눈에 한국 학생들은 마냥 신기했다. “저는 다리가 아파서 하이힐 절대 못 신어요. 물론 공부도 한국 여대생들처럼 못 하겠죠”라며 손사래를 쳤다.

'다이내믹 코리아' 몸소 체험하고 싶어 '유학' 결심

제임스 후퍼. 영국 경희대 지리학 2학년.
후퍼씨(24)는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 합격도 뒤로하고 지난해 경희대에 입학했다. 한국서 영어 강사를 하다 온 친구가 들려주던 한국 생활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친구가 매일 들려주던 한국은 활력이 넘쳤어요. 그 생동감을 직접 경험하고자 왔죠."

그는 탐험가다. 지난 19세 나이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 세계 최연소 등반가가 됐다. 2008년에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4만2000㎞를 396일에 걸쳐 횡단했다. 같은 해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낯선 한국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었다.

직접 살아본 한국은 친구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 이상이었다. “한국 대학엔 ‘정’이 있습니다. 어렵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경희대는 후퍼씨가 지원한 순간부터 이메일을 통해 입학 절차를 도왔다. 현재 경희대서 유학 중인 외국인은 1400명 이상으로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많다. 

도움을 준 것은 학교뿐만이 아니다. “처음엔 낯설어 하던 학생들도 이젠 외국인이 익숙해졌는지 많이 다가옵니다. 과제가 많고 어려우면 도와주기도 합니다.” 

후퍼씨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 한국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세계와 소통해나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찜질방 전국 투어 꿈꾸는 '유럽 청년'

칼린 마나시에브. 불가리아 건국대 산업디자인 3학년.
   
“졸업 전에 ’한국 찜질방 투어’를 하고 싶어요. 한국 곳곳을 구경 다니고 잠은 반드시 찜질방에서만 자는거죠.”

칼린씨(23)는 틈이 날 때마다 두 눈으로 직접 한국을 보고 느끼는 것을 즐긴다. ‘찜질방 투어’도 저렴하게 한국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어 계획하게 됐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습니다.” 칼린씨는 관찰에 일가견이 있다. 그의 눈에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칼린씨가 2008년 서울에 왔을 때는 길거리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굳이 홍대를 가지 않아도 이제 거리에서 노래를 하거나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눈엔 한국의 음식 트렌드도 변했다. “3년 전보다 외국음식점이 몰라보게 늘었다. 나 같은 외국인들은 싼 가격에 피자를 먹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한국 사람들 삶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처음 한국 왔을 때는 커피를 들고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뿐이었는데 최근엔 느긋하게 앉아서 커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여요.” 커피문화도 한국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게 칼린씨 생각이다.
 
한국 대학생 '벼락치기' 경이로워

페트릭 노아. 뉴질랜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협력 2학기.
"저는 강의 진도에 맞춰 교재를 읽기 때문에 시험을 앞두고도 서두르는 일이 없어요. 한국 학생들은 시험 일주일 전 벼락치기식 시험 공부를 하는데 경이롭습니다."

패트릭(27)씨는 고향인 뉴질랜드와 한국 대학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똑똑하다. 무엇이든 배우는대로 흡수하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에 처음 온 패트릭씨는 '소통 단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한국은 소통이 단절됐다. 직장에선 상사가 두려워 불만이나 불의에 대해 말하지 않고 대학에선 교수의 눈치 보느라 할 말을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는 "뉴질랜드에선 의사 표현을 해야 할 상황에서 눈치 보느라 말 못하는 경우는 없다"며 "최근 한국 젊은이들 중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한국대학, 소통과 깊이 '최고'

모라 캘리. 미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협력 2학기.
   
“교수님과 술자리,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미국 대학의 교수님들이 대부분 전형적인 학자라면, 서울대 교수님들은 현업에서 쌓은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곳에선 들을 수 없는 깊이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죠.” 모라씨(24)는 ‘소통’과 ‘깊이’를 한국 대학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한국서 3년여 생활한 그녀의 눈엔 한국 대학의 단점도 보였다. “대학원 강의 중 토론시간만 되면 한국 학생들은 모두 침묵한다”며 “미국에선 자신의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데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처음에 모라씨는 한국인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학부 과정 때부터 토론 수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엔 이해가 갔어요” 그녀는 “자칫 외국인 학생들이 강의시간을 빼앗는 것으로 느껴질까 조심스럽다”며 “최근 대학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인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변화 속도 빠른 한국 경험이 인생에 있어 큰 도움될 것

왕쥬이 중국 중앙대 일어일문 3학년.
"한국 대학에는 강의 중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많아요. 강의 위주의 교육에 익숙한 중국 학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수업 방식이죠."

왕쥬이(25)씨는 한국과 중국 대학의 강의 방식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한국은 굉장히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을 받아요."

중국인들이 느끼는 한국의 변화는 컸다. 왕씨가 한국에 처음 왔을 2~3년 전만 해도 서울 명동엔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피켓과 문구로 넘쳐났다.

"지난달 명동에 갔는데 곳곳에 중국어로 된 광고문구가 보였어요. 일본인에게만 지원되던 서비스들이 중국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지원되고 있어요."

왕씨는 "한국은 빠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중국인의 취향과 움직임에도 예민하다"며 "한국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모 사랑 받아야 할 고등학생들 '입시공부' 안타까워

베로니카 로페즈. 파라과이 한양대 신문방송학 2학년.
   
"한국 대학은 학문 수준이 높아서 학생들 틈에서 뒤처지지 않게 공부하느라 학기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도서관이나 열람실이 비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다들 열심이죠."

베로니카씨(24)는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친다. "학원에 10시까지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파라과이는 고등학생 때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대학에 가지 않는 한 학업에 대한 부담이 많지 않다. "부모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가정에서 격리돼 학원서 하루를 다 보내는 것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베로니카씨는 한번도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음식 없이는 못사는 '토종'이 다 됐다. “한국음식 하루만 안 먹어도 힘들어요. 순두부찌개 제일 좋아하고 매운 음식도 잘 먹어요.” 

그녀가 한국인이 다 됐다고 느낄 때는 또 있다. "평소 가벼운 목례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습관이 고향에서 어른들을 만날 때도 남아 있어요. 저도 모르게 친구들을 보면 허리를 숙여 인사 했더니 이상한 눈으로 보시더라고요." 

파라과이는 목례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문화가 없다. 가족이나 친지들의 볼에 입맞춤하는 인사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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