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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은 ‘농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은 ‘농부로부터’

기사승인 2012. 02. 0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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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의 시장돋보기](38) 농부로부터 받은 이야기 보따리
구현화 기자] 농사를 말하는 사람과 예술을 말하는 사람이 만났다. 그 순간 '농사는 예술'이 되었다.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와 이태근 흙살림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울에서 브랜드 '쌈지'와 인사동 '쌈짓길'을 만들며 트렌드를 개척해 나간 천 대표와, 충북 괴산에서 유기농법을 일찍부터 연구해 '유기농연구소 1호'를 세운 이 대표가 손을 잡았다.  

5일 찾아간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친환경 유기농산물 가게인 '농부로부터'에서 천 대표와 이 대표를 만났다. 그들은 나름의 실험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토종잡곡과 싱싱한 야채, 뭉근하게 발효시킨 장류 등 식품들을 매장 안에 욕심껏 들여놓았다.

처음에는 이 대표의 연구소가 있는 괴산에서만 물건을 댔지만 이제는 농부로부터에 물건을 대 주는 농가가 1만농가이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는 2500농가가 돼 점점 세를 불려 가고 있다.

이태근 대표는 '농부로부터' 매장을 소개해주면서 이 매장에는 그들의 철학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토종, 그리고 유기농이 그것. 

이 대표는 "종 다양성이 점차 무너져간다"며 "유기농법은 손이 많이 가고 생산량은 적지만 생명체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종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매장을 둘러보면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못난이' 과일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여름에는 10kg 굵은 수박 말고 7kg짜리 수박이 넘친단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임을 '인증'하는 셈이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테마는 도시와 농촌의 연계다. 농부로부터 매장에서는 직접 계절마다 손수 고른 야채, 과일 등을 묶은 '우리집 꾸러미'를 단돈 10만원이면 한달에 네 번 받을 수 있다.

집에 작은 텃밭을 가꾸어 농산물을 심어먹을 수 있도록 씨앗과 호미, 화분, 영양액도 판다. 도시에서도 농촌을 잊지 말자는 것.

충북 괴산 출생인 이태근대표는 1984년부터 귀농, 유기농법 연구를 시작했다. 유기농은 화학비료, 제초제, 화학농약을 쓰지 않는 '3無 농법'이다. 지렁이를 가지고 땅을 해치지 않으며 농사를 짓는 '쿠바식 농업'이 이태근대표의 농사 지향점이다.

이 대표는 일제였던 미생물을 국산화하는 데서부터 출발, 토종 종자를 보관하고 퇴비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한 할아버지가 발명한 친환경 제초법인 '우렁이농법'도 전국에 보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농산물 품질을 높이는 일만 알았지 유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는데, 쌈지농부가 농산물 유통을 해주면서 생산뿐 아니라 유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농부로부터 매장을 둘러보면 포장이나 농산물의 배치, 써놓은 문구 들까지도 모두 감각적이다. 향토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나이 많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한켠에 꾸며놓은 작가공방과 연계한 '다지구다'에서는 장바구니 등 소품들을 아기자기하게 배치해 뒀다. '농부로부터' 매장 옆에는 '집에 안갈래'라는, 딸기 캐릭터가 가득한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이같은 작업을 벌인 이는 천호균 대표. 그는 우직한 유기농법을 정감있으면서도 감각있는 디자인으로 포장할 줄을 안다.

'농부로부터'에서는 쌈지와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이진경 작가의 손글씨가 포장지마다 농촌의 산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도시에서 디자인과 홍보를 해온 그가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쌈지농부'를 별도법인으로 낸 건 '농사가 예술'임을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농촌의 들을 지나다가 앞으로 내가 해야 될 것은 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생태가게 '지렁이다', 생태문화공간 '논밭예술학교', 유기농 레스토랑 '오가닉 튼튼밥상'을 만든 것도 천 대표의 발상이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은 '미래는 농사에 있다'는 생각이 내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함께 펴낸 '농부로부터'라는 책을 들여다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다.

앞으로 생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들의 실험이 더욱 빛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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