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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선’의 통제에서 탈출하다

수많은 ‘시선’의 통제에서 탈출하다

기사승인 2012. 09. 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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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quare - 고석민展
The Square 11 (112 x 74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줄지은 초록색의 의자들이 찌르는 듯한 시선을 무대 위로 향한다. 
언뜻 보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무대와 똑같은 하얀색의 네모진 거울을 들고 있는 손이 살짝 엿보인다. 풍경을 비추는 네모진 틀 안의 인물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은 아트큐브는 10월 10일까지 '시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생각에 대해 고찰하는 작가 고석민의 전시를 연다. 
고석민이 화면 안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넘쳐나는 시선들로 인해 빛이 바래 있다. 
화면 속의 인물은 거울 뒤에 숨어 배경에 녹아들어간다. 그 배경은 회색 구름과 회색 파도의 경계선일 때도 있고, 시든 풀과 푸른 풀이 공존하는 탁 트인 초원일 때도 있으며, 안개가 가득한 호수 한가운데일 때도 있다. 
거울을 지탱하고 있는 귀퉁이의 손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도 세계를 투과시키며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자신이 숨기 쉽거나 숨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The Square 00 (112 x  74cm, Digital Pigment Print, 2011)

고석민은 사람들의 시선에 특정 사회의 문화와 관습에 의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배어 있음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 앞에서만 올바르게 행동하고, 즐거운 척을 하며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집단의 시선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정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고석민은 "시선에 의한 변화를 거부하는 것, 그리고 집요한 시선의 경쟁 속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The Square'시리즈의 시작이었다"며 "다른 곳을 비춰 자신을 만드는 행위는 시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이자 스스로 마련한 도피처다"고 말한다.
그는 "나의 존재는 가려져 사라지고 그 대신에 뒤틀린 이미지의 공간만이 남겨진다. 하지만 마치 생략된 기호처럼 표시된 손가락이 어떠한 존재를 미약하게 알려준다. 자신만의 거울 뒤에 숨어버린 나는 수많은 시선의 통제에서 탈출해 트루먼이 던진 마지막 말을 나지막이 읊조린다"고 전한다. 
송은 아트큐브(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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