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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피우는 마을] 은퇴자 길찾기, 4050이 도와드립니다

[꿈 피우는 마을] 은퇴자 길찾기, 4050이 도와드립니다

기사승인 2013. 04.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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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100세] 은평구 4050 길찾기 편
2013년 4월 서울은 삭막한 도시에서 꿈을 피우는 마을로 변하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를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명퇴(명예퇴직)' 압박을 받는 늙은이, 가정에서는 말 안 통하는 꼰대 아저씨였던 5070들은 마을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설계사'로 변신했다.

이들은 과거에 해보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 문제로 접었던 꿈을 함께 펼치거나 은퇴 전 평생을 바쳐온 일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이제 그들이 꿈을 피워가는 마을로 함께 떠나보자./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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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평생학습관 1층에 위치한 '4050길찾기 센터'에서 전문 상담가가 내담자에게 필요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4050길찾기 센터 제공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김영란(51)씨는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보다 더 빨리 집을 나선다.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컴퓨터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김씨는 학원에서 전산회계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15년 전에는 손으로 하던 회계일을 지금은 컴퓨터로 처리하다보니 생소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렌다. 김씨에게는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배워 옛날처럼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작은 회사에서 회계일을 하던 김영란씨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다. 하지만 자녀들이 크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가끔 인터넷에 ‘회계사원’이라고 검색해봤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커녕 방대한 정보에 헷갈리기 일쑤였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을 다시 발휘하도록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때, 김씨는 우연히 ‘4050길찾기 센터’를 발견했다. 그렇게 김씨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영란씨,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시고 전산회계프로그램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면 됩니다.”

은평구 평생학습관 1층 ‘4050길찾기 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김기숙(46)씨는 오늘 찾아온 김영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몇달 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역회사에서 23년동안 근무하고 퇴사한 뒤 5년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다시 일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평소 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문화수업을 수강하던 김기숙씨는 작년 10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경력단절로 재취업을 원하는 4050세대들이 다른 4050세대를 도울 수 있는 상담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1월 1일 ‘길찾기 4050센터’ 문을 열던 날 김씨는 또래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센터가 문을 연지 4달째 접어드는 지금, 김씨는 자신과 비슷한 세대와 소통하는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됨을 깨달았다.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먼저 재취업에 성공한 김씨가 ‘반걸음’ 앞서 4050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숙씨는 김영란씨가 다시 일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용기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 은평구에서는 ‘마을길찾기’라는 테마 아래 지난해 11월부터 4050길찾기 상담가들이 재취업을 원하는 은평구 4050세대를 돕고 있다. 

4050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를 같은 세대끼리 공유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베이비부머 재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은평구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는 4050길찾기 센터 내부 모습              /사진=4050길찾기센터 제공

4050길찾기 상담가들은 은평구 평생학습관 1층에 위치한 4050길찾기 센터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성격유형 테스트, 심리 상담, 교육을 받는데 있어 제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재취업뿐만 아니라 자원봉사, 재능기부를 원하는 베이비부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주고 인력망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연결해주기도 한다. 

4050길찾기센터의 차화연(43) 상담가는 “같은 세대끼리 알려주고 돕는 것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며 “다른 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이미 '내 일'이기 때문에 잘 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방문자들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이순택 상담가(54)도 “베이비부머들은 월급이나 급여시간에 있어 젊었을 때만큼 대우받지 못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충분히 공감해준 뒤 인정해야할 부분을 알려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길찾기 센터가 문을 연 뒤 200명이 넘는 은평구 주민들이 방문했으며,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지만 그 중에서도 4050세대가 가장 많다.

실제로 4050 길찾기 센터에서 얻은 정보로 재취업에 성공한 베이비부머들도 있으며,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4050세대들 안에서는 힘든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역할을 하면서 베이비부머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내일배움카드제도
고용노동부에서 실업자, 자영업자의 자율적인 능력개발을 돕기 위해 80%이상의 훈련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다양한 직종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어 일자리를 찾는 베이비부머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주민사업이란?
서울시가 주관해 주민이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자치 공동체로, 결정된 사안을 주민들끼리 자급자족하고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마을공동체는 연령 제한이 없지만 경제활동이 활발한 2030세대보다 은퇴를 준비하거나 은퇴한 5070세대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24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을공동체 기초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서울에 85개의 마을공동체가 형성돼 있으며 2014년까지 390개, 2017년까지 975개 마을에 대한 구체적 계획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100세 기획팀 = 추정남·이정필·채진솔·허욱·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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