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남대문)이 복원된 지 보름이 지난 19일. 흐린 날씨에도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온 숭례문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댔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와 1호선 서울역 4번출구는 외국인 관광객과 남대문시장에서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4호선 지하철역으로부터 400m 떨어진 숭례문은 몰려든 인파 때문에 10여 분은 걸어야 만날 수 있을 만큼 북적거렸다.
숭례문은 지난 2008년 2월 방화사건으로 전소된 후 5년3개월 만인 지난 4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245억원의 예산과 연인원 3만5000명의 땀이 더해져 예전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3일간 이어진 부처님 오신날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새로워진 숭례문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스마트폰으로 숭례문을 찍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체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촬영에 바빴다.
일부는 곳곳에 남은 불에 그을린 상처를 보고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존 스미스씨(32)는 “한국의 국보 1호가 불에 탄 후 복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 방화로 한 나라의 보물이 손실을 입은 것은 비극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숭례문 성벽을 어루만졌다.
남대문 시장
숭례문 복구는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다.
숭례문이 복원된 후 의류나 김, 잡화류, 인삼, 호떡 등 시장의 주요 품목들이 그야말로 대박을 치고 있다.
14년째 남대문 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다는 최은순씨(65·여)의 앞치마에는 만원짜리 지폐가 켜켜이 쌓여 불룩했다.
“가게를 오가면서 듬직한 숭례문을 바라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 복구 전에는 기분도 흉흉하고 장사도 안됐어. 그런데 지금 봐봐. 날도 흐린데 사람이 이렇게 많잖아. 속이 뻥 뚫린 것 같다니까” 하고 반색했다.
의류를 파는 김인수씨(56)는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는 장사도 안됐다"면서 "다시 돌아오니 사람들이 많아져 장사도 배는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든 김, 인삼 판매점은 발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이곳 점포 주인인 유철영씨(63)는 "숭례문이 있고 없고는 매출에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며 "일본인 관광객을 대신해 요즘은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 들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가운데 늘어선 꼬치집 앞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닭과 핫바꼬치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고 서양 관광객은 작은 수족관의 낙지를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금·토·일 황금연휴를 맞아 숭례문과 남대문 시장을 찾은 사람들
양말을 파는 아저씨는 "5개 1만원"이라며 박수를 쳐가며 손님들과 눈을 맞췄고, 씨앗 호떡을 파는 가게 앞은 줄이 20m나 늘어섰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왔다는 첸리진씨(34·여)는 "남대문시장에 가면 씨앗호떡이 유명해 인터넷에서 출력해 왔다"며 인쇄물을 들어 보였다.
일곱살 난 아들을 데리고 온 정제경씨(43·대전)는 "가족들과 함께 숭례문을 보러왔다가 시장에도 들렀다"면서 "숭례문 복원 후 시장도 그렇고 주변이 더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