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사생활은 대체로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본인들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서방 세계와는 달리 이들의 현직에 있을 때의 행보가 늘 비밀주의에 의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이들도 때로는 자신의 진면목이 신비주의에 의해 덧입혀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또 나이가 들어서는 그동안 못한 말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들이 퇴임 이후 회고록이라는 이름의 책을 출판, 못 다한 얘기를 마음껏 하는 것이 요즘 유행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전직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회고록 출판 경향을 일별해보면 정말 그렇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우선 장쩌민(江澤民·87) 전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다. 현역 시절에는 회고록 출판은커녕 공식 인터뷰조차 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이후 6권의 회고록을 출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마음껏 못 다한 가슴속 얘기를 했다.
| 주룽지의 회고록. 베스트셀러의 반열에도 오른 바 있다./사진=신화통신. |
리펑(李鵬·85) 전 총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직 당정 최고 지도자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8권의 회고록 성격의 책을 냈다. 이중 6권은 일기 형식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출판했으므로 매년 한 권씩을 냈다고 보면 된다.
리펑의 후임인 주룽지(朱鎔基·85) 전 총리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출판한 책은 4권으로 많지 않으나 재임 중 인기가 그대로 반영돼 판매에서는 호조를 보였다. '주룽지가 기자에게 답하다.'라는 책의 경우 2009년 9월 세상에 선을 보인 이후 3개월 만에 130만 권이나 나갔다.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좋다.
정치 분야는 가급적 자제하고 평소 관심이 많은 분야에 눈을 돌린 전직 지도자도 있다. 부총리를 지낸 리란칭(李嵐淸·81)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6권의 책이 예술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다.
당연히 최근 당 제5세대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제4세대의 지도자들도 회고록을 출판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관정(吳官正·75) 전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경우는 이미 은퇴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스타트를 끊었다. 최근 '한래필담(閑來筆潭)'이라는 회고록 성격의 책을 출판한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원자바오(溫家寶·71) 전 총리는 회고록 출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 화제를 부르기는 했다.
현재 진타오(胡錦濤·71) 전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을 비롯한 나머지 전 당정 최고 지도자들이 이에 호응할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원 전 총리보다는 우 전 서기의 행보를 따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전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회고록 출판 본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