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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칼럼] 100년 걸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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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3. 06. 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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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술영화를 보면 독특한 인사법이 나온다. 왼손바닥을 펴고, 거기에 오른손 주먹을 붙여서 앞으로 내미는 인사법이다. 이른바 '포권지례(抱拳之禮)'다.

'포권지례'의 오른손은 해(日), 왼손은 달(月)을 상징했다. 해와 달을 합치면 명(明)이다. 비록 나라를 청나라에게 빼앗겼지만, 명(明)나라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들은 인사를 하면서도 이랬다.

청나라가 명나라를 쳐들어왔을 때, 김지준(金之俊)이라는 관리가 별다른 저항도 없이 항복하고 말았다. 직책이 '병부좌시랑'인 고위 관리였다. 오늘날의 국방부 차관급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비겁한 매국노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냥 항복한 게 아니었다. 10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버텼다. 청나라는 '거물급'이 항복하겠다는 바람에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뒤따라 항복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10가지 조건이란, 따를 것은 따르지만 따르지 않을 것은 결코 따르지 않겠다는 '종부종(從不從)' 조건이었다.

① 남자는 청나라 조정을 따르되, 여자는 따르지 않는다.
② 산 사람은 따르되, 죽은 사람은 따르지 않는다.
③ 남편은 따르되, 아내는 따르지 않는다.
④ 관료는 따르되, 아전은 따르지 않는다.
⑤ 노인은 따르되, 젊은이는 따르지 않는다.
⑥ 유학자는 따르되, 스님이나 도사는 따르지 않는다.
⑦ 기생은 따르되, 광대나 배우는 따르지 않는다.
⑧ 벼슬길은 따르되, 혼인은 그대로 한다.
⑨ 나라 이름은 따르되, 벼슬 이름은 그대로 한다.
⑩ 부역이나 납세는 따르되, 말이나 글은 그대로 둔다.

명나라 사람들은 이 조건을 적절하게 써먹었다. 여자는 따르지 않는다는 조건을 적용, 여성의 발을 계속 '전족'으로 묶어두었다. 젊은이는 따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병역을 피했다.

스님이나 도사는 따르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워 청나라가 싫은 사람은 중이나 도사가 되었다. 광대나 배우는 따르지 않는다는 조건을 적용해 연극이나 노래, 예술 등은 청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고유의 것을 유지했다. 말이나 글을 그대로 둔다는 조건은 언어를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10가지 조건은 풍습과 문화, 예술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청나라는 그런 명나라에 물들어갔다. 중국어를 익히면서 만주어는 사라져갔다.

100년이나 지나 건륭제 때가 되어서야 그 '음모'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였다. 청나라는 명나라에 벌써 동화되고 있었다. '종부종'은 100년 앞을 내다본 '꼼수'였다.

중국 양자강의 삼협(三峽)댐은 국부(國父) 손문(孫文)이 1919년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자그마치 50년 동안 탐사하고, 30년 동안 연구와 설계를 했다. 착공은 1994년에야 이루어졌다.  착공까지 무려 80년 가까이 걸린 것이다. 그렇게 느긋하게 했는데도 환경을 망쳤다는 등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수도' 이전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대운하'는 '4대 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꾸며 속전속결이었다. '창조경제' 역시 서둘러 창조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또한 시간을 다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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