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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기, “이제는 소년보다 연륜 있는 배우로 보이고 싶어”

[인터뷰] 이승기, “이제는 소년보다 연륜 있는 배우로 보이고 싶어”

기사승인 2013. 06.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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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정지희 기자 =누난 내 여자라고 외치던 앳된 소년이 어느덧 듬직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2004년 만 열여덟의 어린 나이로 데뷔한 이승기는 그간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더킹 투하츠’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왔으나, 언제나 한 구석에는 순수한 어린왕자와도 같은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5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김정현)에서 이승기는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

이승기는 장난기가 넘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최강치 역에 딱 맞는 배우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흠 잡을 데 없는 감정 및 액션 연기를 고루 소화해내며 그간 쌓아온 배우로서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지막까지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친 이승기는 어깨 위의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다른 드라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구가의 서’는 최강치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이 컸죠.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현장에서의 호흡이나 분위기, 다른 배우들의 컨디션 등 외적인 것들까지 모두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지금까지는 항상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왔는데, 이번 상대역 수지는 저보다 어린 데다 연기 경험도 적기 때문에 두 배로 긴장해야 했어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죠.”

연기 자체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까지 많이 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었나’ 싶을 만큼 이승기는 숱한 눈물을 쏟아내며 감정 연기를 펼쳤다. 뿐만 아니라 워낙 액션 신이 많은 탓에 몸 사릴 틈 없이 움직여야만 했고, 그만큼 체력적 소모도 컸다.

“판타지 연기의 기본은 모든 설정이 무조건 사실이라고 믿고 시작하는 거예요. 배우가 대본을 보고 가짜라고 생각하면 시청자들도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물론 ‘나는 반인반수(半人半獸)다’라고 세뇌하는 게 쉽진 않았죠. 감정 폭 자체도 현대극보다 훨씬 위에서 시작돼서 많이 힘들었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감정을 잘 다스린 건 스스로도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살을 조금 뺐는데, 덕분에 몸이 가벼워져서 액션 연기를 하긴 편했지만 몇 시간 동안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장면의 촬영은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승기는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들 가운데서도 유독 역량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큰 성공을 거둬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수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데뷔할 당시부터 꾸준히 훈훈한 외모와 탁월한 가창력, 핵심을 찌르는 예능감 등으로 무장해 못하는 것 없는 ‘엄친아’라는 수식어로 불려왔으니 배우로서 인정받는 것 또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 법 하지만, 이와 같은 호평에도 이승기는 신중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제가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 스태프들, 선후배 배우들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한 마디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죠. 물론 이제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당시보다 배우로서의 제 자신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보는 분들께도 그런 면이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뭐든 잘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건 사실 없고요. 그냥 제가 내놓는 결과물이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하지만 완벽하게만 보이는 이승기에게도 스스로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은 있다. 본업이 가수임에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에겐 가장 큰 콤플렉스 중 하나다.

최근 들어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대중에게 마냥 어린 이미지로만 보이는 것 또한 이승기에게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다. 

“지금까지 자작곡을 몇 곡 발표하긴 했지만 보다 본격적인 싱어송 라이터로서 활동하려면 피아노나 기타 정도는 다룰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시간도 부족했지만 제가 게을렀던 것도 있어서 여태 제대로 익혀두지 못했다는 게 아쉬워요. 아직도 소년 같다는 소릴 많이 듣는 것도 아쉽고요. 적당히 연륜이 있는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잖아요.(웃음)”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승기의 또 한 가지 목표는 지금껏 도전해본 적 없는 새로운 분야인 영화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생방송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급박하게 촬영이 진행된다. 최악의 경우 ‘쪽대본’을 받아 현장에서 바로 외운 대사로 연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상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길고 촬영도 보다 섬세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연기도 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는 것이 이승기의 설명이다.

“제안은 많이 받았는데 제게 꼭 맞는 작품을 아직 못 찾았어요. 영화에 출연한다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명장 감독님,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연기에 대해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요. 잔인한 느와르 액션도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보다는 따뜻한 감동이 있는 작품을 더 해보고 싶고요. 일단은 ‘구가의 서’가 끝났으니 좀 쉬고 싶어요. 올해 안에 드라마로 복귀하긴 힘들 것 같고, 콘서트나 예능 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그야말로 재색겸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승기가 다음에는 어떤 ‘똑’ 소리 나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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