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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정치학적 해석

[기자의눈]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정치학적 해석

기사승인 2014. 04. 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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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지도자 동상 등 '권력유지를 위한 상징성의 조작'…실패시 권력지배구조 변화
ChoiTaeBum
최태범 정치부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단순한 논리 싸움 같지만 정치학적 해석으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차기 권력 쟁탈전’의 서막 성격을 띤다.

겉으로 드러난 여야의 입장차는 간단하다. 야당은 지난해 6월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만큼 이 노래를 공식 기념곡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보훈처와 새누리당은 다른 국경일 노래도 지정이 안 됐는데 전례가 없는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얼핏 단순한 이 문제가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데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권력유지를 위한 상징성의 조작-미란다(Miranda)와 크레덴다(Credenda)’의 개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란다와 크레덴다는 정치권력 현상을 정치학 연구의 중심으로 가져온 대표적 이론가인 찰스 메리엄(Charles Edward Merriam) 시카고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미란다는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권력의 미화’, 크레덴다는 이성적 공감대를 통한 ‘권력의 합법화’다. 두 개념은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통상 하나로 묶여 표현된다.

광장에 지도자의 동상을 세우거나 화폐에 얼굴을 새기는 것, 국가기념일을 정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애국가 등 특정 음악을 장려하거나 금지해 권력의 상징성과 정당성을 조작하는 것이 미란다와 크레덴다에 해당한다.

이 개념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의 지지와 동의로부터 비롯된다는 데서 생겨났다. 메리암 교수는 이를 ‘권력의 초석’이라고 규정하고 정치권력이 미란다와 크레덴다에 실패하면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적용하면 현재 여야가 첨예한 공방을 벌이는 이유가 보인다.

1980년 이후 진보진영에서 30년 넘겨 불려온 대표적 민중가요인 이 노래가 공식적으로 불리기 시작하면 보수정권의 미란다와 크레덴다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보수 지배구조의 변화를 우려한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념곡 지정에 극구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가 어떻든 기념곡 논란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의 지난 10일 전체회의와 11·14일 법안소위 파행의 원인이 됐다. 15일 보훈처 업무보고도 이 문제로 얼룩지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정무위의 민생법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점에 정치권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가진 정당성조차도 지키지 못한다면 차기 권력은 꿈도 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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