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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방황하는 칼날’ 정재영, “자식 잃은 슬픔, 복수해도 안 없어져”

[인터뷰]‘방황하는 칼날’ 정재영, “자식 잃은 슬픔, 복수해도 안 없어져”

기사승인 2014. 04. 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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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작품 할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하며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배우 정재영. 올 새해 영화 ‘플랜맨’으로 따뜻한 에너지를 선사했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통해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와 울림을 전한다.

‘방황하는 칼날’은 하루아침에 소중한 딸을 잃은 아버지(정재영)가 범인을 직접 벌하려 찾아 나서고, 이를 막으려는 담당 형사(이성민)가 그 뒤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추적을 그린 드라마다. ‘미스터리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을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실화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해자와 피의자의 감정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제목도 아트적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원작이 있다고 해서 약간 실망을 했어요. 하하. 원작을 영화화하면 혹평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반응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원작과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오히려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그려졌죠.”

정재영은 이번 영화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고 무작정 범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상현 역을 맡았다. 상현은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범인을 살해하게 되고, 또 다른 공범을 찾아 나서게 된다. 정재영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에 몰입하기위해 노력했다. 특히 엔딩 촬영 때는 현장에서 말 한마디 없이 캐릭터와 상황에 몰두했다.

“모든 상황이 평상시에 겪어보지 못한,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상황이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 힘든 부분이었죠. 딸의 죽음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이후에 범인을 죽이고 또 다른 공범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감정을 계속 유지해야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괴롭지만 계속 생각하고 느끼는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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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상현은 범인을 죽인 후 또 다른 공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그를 향해 총알이 없는 총을 겨눈다. 정재영은 총알이 없는 총을 겨누는 것에 대해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죽이려고 했으면 그에게 ‘왜 죽였니’라고 묻지 않고 바로 쐈겠죠. 상현의 최종 목표는 공범을 죽이는 게 아니에요. 마음속으로는 죽인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피의자를 살리거나 죽이거나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를 죽여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상현이 안 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는 장면이에요. ‘당신이라면 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죠.”

그렇다면 실제 정재영이 상현과 같은 입장에 처한다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방황하는 칼날’은 상현말고도 형사 억관(이성민), 피해자가 된 가해자의 부모 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특히 피해자가 된 가해자의 부모는 가족이기주의를 드러내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안긴다.

“‘딸을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다’라는 대사처럼 복수를 해도 그 슬픔을 대처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실제 저라면 치밀하게 납치해서 조금씩 고통을 주면서 죽이겠어요. 하하.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 아이가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됐을 때 자식이니까 감싸려고만 하지 않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정재영은 실제 두 아들을 가진 한 가정의 아버지다. 작품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실제로는 밝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이는 정재영은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일까.

“엄할 때는 엄하고 편할 때는 한 없이 편한 아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애들이 더 헷갈려하는 것 같아요.(웃음) ‘친구 같은 아빠’ 등의 기준이 없어요. 그냥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는 편이죠. 실제로 딸이 있다면요?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 같아요. 두 아이들을 비롯해 키우는 애완견 둘도 남자거든요. 아내는 ‘남자 복 많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지난해 영화 ‘우리선희’, ‘열한시’에서부터 올해 ‘플랜맨’, ‘방황하는 칼날’ 등 잇달아 작품을 선보여 활약해온 정재영. 그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역린’에도 출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이성민과 남남 호흡을 선보였다면 ‘역린’에서는 현빈과 호흡을 맞춘다.

“현빈은 완벽주의자예요. 대사는 저보다 10배 많은데 NG를 한 번도 안내서 깜짝 놀랐어요. 준비를 열심히 하는 건지 암기력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요. 현빈을 비롯해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등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저는 저와 안 어울리는 내시 역을 맡았어요. 예고편을 봤는데 제 모습이 왜 이렇게 초라하고 없어 보이는지. 하하. 아무튼 ‘방황하는 칼날’과 ‘역린’으로 그동안의 흥행 갈증을 씻어내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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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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