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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진도 여객선 침몰…정치인들 줄줄이 가는건 민폐

[기자의눈] 진도 여객선 침몰…정치인들 줄줄이 가는건 민폐

기사승인 2014. 04. 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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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 의전·행정력 낭비…선거용 얼굴 내밀기 비판, '특권' 행사에 실종자 가족들 원성
기자의눈
최태범 정치부 기자
전남 진도 인근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여객선 침몰 사고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대거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수습과 대책 마련, 구조된 승객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치권의 모습은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사고현장은 구조작업이 한창이고, 모든 인력과 장비를 풀가동해도 모자라기만 한 상황이다. 이런 때에 불필요한 의전과 공무원 행정력 낭비를 일으키는 의원들의 현장 방문이 지금 상황에서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방문함으로써 구조작업에 임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평소보다 긴장하고 더 빈틈없이 책임감 있게 움직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각 당의 지도부 정도가 현장 대책본부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현장에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줄줄이 내려가고, 일부는 실제 사고 해역을 가려고 하면서 구조작업에 불필요한 걸림돌을 만들었을뿐 아니라 실종자 가족들의 눈살도 찌푸리게 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와 각종 언론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현장인데 정치인들이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말’ 외에는 무엇이 있을까.

선거운동 성격의 얼굴 내밀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세월호 탑승자 대부분이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이라는 점 때문인지 6·4 지방선거 경기지사·안산시장 예비후보 일부가 내려갔고, 지역과 관계없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내려갔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실종자 가족들도 탈 수 없는 경비정을 타고 사고 해역으로 가는 ‘특권’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이에 사고 순간부터 바다에 데려다달라고 요구했던 한 아버지는 해경이 의원만 중시하고 실종자 가족은 무시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떤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배를 타고 나가서 직접 구조작업을 하겠다고 해경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사고 현장은 지휘책임자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물세례를 받을 만큼 실종자 가족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정치인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사고 현장을 찾는 것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는 민폐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은 감정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현장에 줄줄이 갈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구조대가 놓칠 수 있는 수송·의료지원 등의 방법을 찾고 후방에서 적극 도와야 한다. 또 구조대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충분한 지원과 보상을 하기 위한 법·제도적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충북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와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도 정부와 정치권은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또다시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대책들이 허점투성이였음을 증명한다. 이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고민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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