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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브라질 경제 위기인가?

[칼럼] 브라질 경제 위기인가?

기사승인 2014. 04.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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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상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 수출인큐베이터팀장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정책(Tapering)과 함께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불리던 브라질도 경제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은 유럽재정 위기, 미국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주력 수출상품인 원자재, 농축산물의 수요 감소 및 가격하락으로 2012년 경제성장률이 0.9%에 불과했고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2.3% 내외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전인 2004~2008년 브라질은 연평균 5%내외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등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로 인한 특수를 고려한다면 브라질이 보여주고 있는 경제 성적표는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다.

최근 브라질은 달러화 유출이 유입량을 넘어섰고 소비 위축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 대수가 0.91% 감소(2013년)했으며, 소매 판매도 10년 내 최저 수준인 4.3%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브라질이 경제위기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브라질은 2013년 말 기준 3588억불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600억불 내외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유입되고 있다.

소비가 다소 위축돼 체감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소비성향이 강한 인구 2억10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대비 0.91% 감소한 지난해 브라질 자동차 판매량은 376만7254대로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에 속한다.

한편 달러화 강세 및 브라질 화폐(헤알)의 평가절하는 브라질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시켜 수출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셀룰로오스(화학섬유소), 제화, 전자, 의류, 가구, 식품, 화학제품 등 7개 분야는 올해 들어 지난해 4분기 대비 해외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은 GDP 기준 세계 7위(2012년 기준)로 경제 규모가 크며 경제 펀더멘털이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에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은 다른 신흥국가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리다.

아울러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브라질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이 10% 정도를 차지하며 무역의존도가 가장 낮은 브라질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국가다.

얼마 전 택시를 탈 일이 있었는데 택시기사가 체감경기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브라질 경기가 어떤지 물어봤다. 택시기사는 브라질 사람들의 소비가 아직 살아있어 경기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지만 정치인, 기업가들의 부정부패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월드컵 준비를 위해 도로, 철도, 지하철 등 인프라에 79억 헤알(35억3031만 달러), 경기장 건설에 26억 헤알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인프라 개선에는 27억 헤알만이 투자됐으나, 경기장 건설에 무려 80억 헤알이 투자됐다. 결국 투자가 경기장 건설에 집중돼 인프라를 제대로 확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다.

브라질은 올해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등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취약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브라질 정부의 투자가 보다 생산적인 부분에 집중될 필요가 있으며,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이러한 호기(好機)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장차 브라질 경제는 진정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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