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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바꿔야보험산다](上)다다익악?..너무 많은 보험 판매채널

[채널바꿔야보험산다](上)다다익악?..너무 많은 보험 판매채널

기사승인 2014. 04. 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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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소비자 선택권 강화됐으나, 불완전 판매 늘고 고객정보 오남용 및 유출 문제 등 불거져
46년의 보험경력을 마치고 지난 2월 은퇴한 존 와일리 전 ING생명보험 대표는 이임식에서 국내 보험산업과 관련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대한민국 보험산업 중 일부 판매채널의 경우 가격 결정 등이 과연 합리적이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무한 독립대리점의 실상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이처럼 국내 보험산업 성장을 위해 판매채널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의 감소세가 지속하면서 비전통적 채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판매채널 현황과 재정비 방안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으니 저녁에 치아보험 가입하라는 보험 전화영업(TM) 연락이 오더라. 강한 수요가 도처에서 비정상적 유출을 부추겨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망가뜨린다. 오호통재라.’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대표는 지난 1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보험 독립대리점(GA)에서 잇따라 사고가 터지고 정보유출 TM 금지 후폭풍이 여전한 보험업계가 많은 채널서 발생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너무 많이 열려있는 국내 보험산업의 판매채널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보험업계를 살펴보니, 정부는 2000년 이전 전통적 판매채널의 기본법제를 형성하고 이후 TM, 사이버마케팅(CM), 홈쇼핑, 방카슈랑스(은행 등 타 금융사 창구에서의 보험판매) 등 신채널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은 강화됐으나, 결과적으로 불완전 판매가 늘고 고객정보 오남용 및 유출 문제 등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전통적 채널인 설계사의 수가 줄어들면서 이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일례로 최근 고객정보 유출사태 후 잠시 금지됐던 보험 TM 영업정지는 풀렸으나, 후폭풍은 여전하다. TM 비중이 높은 생명·손해보험사들의 3월 실적은 지난 1~2월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이는 4월 마지막 상품 개정 전에 가입이 많이 이뤄진 ‘3월 특수 효과’라는 게 업계 공통의 목소리다. 중형 생보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전화하면 상담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짜증도 늘었다”며 “영업구조도 문제지만 실제 텔레마케터들이 영업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방카슈랑스의 경우 작년 보험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방카 가입자 중 23.3%가 구속성 계약(꺾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신한생명보험의 불법 리베이트 등이 드러나면서 불법의 온상으로도 지목됐다. 이는 비단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카는 보험사가 판매원 교육부터 사후책임까지 모두 지는 구조다. 수수료만 챙기는 은행 등 금융사가 사실상 ‘슈퍼 갑’인 형태인 것. 한 생보사 관계자는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이 등을 돌리면 그해 장사는 끝났다고 봐도 된다”고 한탄했다.

GA채널 역시 재무설계 컨설팅 제공이라는 순기능보다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활동 사용인코드를 사용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등 무자격모집도 횡행하고, 전속채널에서 GA로 이직한 설계사의 승환계약(갈아타기)은 ‘철새설계사’라는 오명에 일조한다. 홈쇼핑채널의 불완전판매는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 CM은 아직은 초기단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험 판매채널을 너무 많이 열어준 게 민원 다발 및 이미지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중·소형사에 새로운 채널이 주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GA를 포함한 일부 독립채널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모집질서 문란 등의 문제점도 동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채널을 혁신하고 높은 학력과 도덕성 등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모집조직을 꾸리려면 현 채널 인력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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