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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단원고는 왜 배편을 수학여행 운송수단에 넣었나?

[여객선 침몰]단원고는 왜 배편을 수학여행 운송수단에 넣었나?

기사승인 2014. 04. 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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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항공편 제주도 수학여행' 수년전부터 일선 학교 관행처럼 굳어져
다양한 체험 제공하기 배편을 넣었지만 실제로 지원되는 활동은 불꽃놀이뿐
교육부 매뉴얼 무시하고 대규모 인원 끌고 간 점도 문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후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3층 대책반에서 실종자 학생의 한 할머니가 학교 측을 향해 소리쳤다.

할머니는 “왜 애들을 밤배에 태워 보냈느냐?”며 “날씨가 안 좋으면 뜯어 말려서라도 배를 띄우지 말아야지, 그 추운 밤에 애들을 보내!”라고 외치며 학교 측에 항의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현재(20일 오후 1시 기준)까지 총 325명의 단원고 학생 중 75명만이 구조된 가운데 학교 측이 수년전부터 수학여행 운송수단으로 배-항공편을 결정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수년전부터 수학여행지와 교통수단은 각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한다”면서 “배편을 운송수단에 포함시킨 이유는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올해까지 가정통신문을 통해 고지한 ‘단원고 수학여행 코스’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대동소이해 큰 차이가 없고 배 안에서 진행되는 특별 활동이 명시돼 있지 않다. 여러 모로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배-항공편을 선택 사항에 포함시켰다는 학교 측 설명과는 상반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항공-항공편(34만원)과 배-항공편(28만1190원)의 가격차는 5만8810원으로 그 차이가 크지 않지만 많은 가정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비용 절약차 배-항공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학생의 한 학부모는 “배-항공편을 선택한 이유는 항공-항공편의 비용과 비교했을 때 체감적으로 가격차가 상당해 보였기 때문”이며 “배 안에서는 불꽃놀이 외에 별다른 활동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 동네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편이라 배-항공편을 많이 선택했을 것”이라며 “일부 교장 선생님들의 경우 배-항공편을 은근히 추천하면서 계약을 맺은 여행사로부터 차익을 챙긴다는 후문이 있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한편 단원고가 교육부 매뉴얼에서 권장하는 ‘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의 소규모·테마형 현장체험학습’을 무시하고 기준의 3배가 넘는 325명을 이끌고 수학여행을 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2010년 혁신학교로 개교한 ‘광덕고등학교’의 경우 10명 이내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해 여행 지역과 취지에 제한 없이 ‘따라 체험학습’을 봄, 가을에 나눠 다녀오고 있다.

광덕고 관계자는 “학생들 스스로 팀을 꾸려 체험학습 전 계획을 발표, 다녀온 뒤에도 평가발표회 등을 통해 교육과정과 연계한다”면서 “1학년은 교과과정에 맞는 지역으로, 2학년은 직업체험 프로그램으로, 3학년은 지망하는 대학의 학과 탐방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안산교육희망 네트워크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안산시의 고등학교들이 배-항공편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관행처럼 여겼다”면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혁신학교처럼 소규모 인원이 다양한 지역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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