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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이준석 선장 ‘유기치사’·‘부작위에 의한 살인’·‘도주선박죄’ 성립할까?

[세월호 침몰] 이준석 선장 ‘유기치사’·‘부작위에 의한 살인’·‘도주선박죄’ 성립할까?

기사승인 2014. 04. 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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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반] = 지난 19일 세월호 침몰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장 이준석씨(69)와 3등 항해사 박모씨(25·여), 조타수 조모씨(55) 등 3명을 구속했다.

합수본은 선장 이씨에게 모두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우선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치사 및 과실 선박매몰 혐의, 그리고 특별법인 선원법 및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다.

이씨의 행동이 이 가운데 어떤 범죄에 해당할지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의, 즉 이씨의 고의다. 해당 범죄중 복수의 범죄 성립이 인정될 경우 일반·특별 관계에 의해 혹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의 원리에 의해 가장 법정형이 무거운 죄로 처벌받게 된다.

법률 내지 계약상 보호할 의무 있는 자가 도움이 필요한 보호대상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성립하는 유기치사죄는 유기에 대한 고의 외에 사망에 대한 과실 내지 예견가능성이 인정되면 성립된다.

유기치사죄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인 만큼 형법상 유기형의 상한인 30년(가중시 50년)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476명의 승객을 나 몰라라 한 채 도망 나온 선장 이씨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해야 할 무엇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작위에 의한 범죄와 똑같이 평가받기 위해서는 작위범에선 필요 없는 두 가지 요건이 더 필요하다.

우선 어떤 행위를 해야 할 지위 내지 의무(보증인 지위)가 법에 의해서건 계약에 의해서건 인정돼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선원법에 해상사고 시 선장의 구호의무 등이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씨에게 이 같은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또 한 가지 요건은 작위와 부작위의 동가치성으로 불리는 ‘행위정형의 동가성’이 요구된다. 즉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거나 물에 빠트려 죽이는 것과 물에 빠져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할 의무 있는 사람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 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씨가 60도 이상 세월호가 기울어져 선체 내부에 있는 승객들이 살아나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배를 먼저 빠져나온 것을 살인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여기에 살인죄가 과실치사죄와 달리 ‘고의범’이라는 점에서 이씨에게 배를 벗어날 당시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배를 떠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번에 검찰이 법 개정 후 처음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선박도주죄’다.

수난구호법 18조 1항 단서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구조)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48조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30일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의12 1항은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형법 268조의 죄(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범한 뒤 수난구호법 18조 1항 단서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도로교통법상의 뺑소니를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규정과 비교할 때 과연 배가 좌초돼 침몰한 것을 선박 사고와 같이 볼 수 있는지, 또 선장이 위급상황에서 배를 탈출한 것을 과연 사고를 내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도주한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학계와 법조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이듬해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에도 부실공사·관리 책임자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검토됐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고의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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