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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내 딸인가봐’.. 믿기 싫은 사망자 명단

[여객선 침몰] ‘내 딸인가봐’.. 믿기 싫은 사망자 명단

기사승인 2014. 04. 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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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딸 주검 확인하고 통곡하는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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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진도 팽목항 상황본부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사망자 명단이 추가되자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확인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아침 바닷바람은 아직 매서웠다.

21일, 아침 7시 진도 팽목항 상황실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사망자 명단이 추가됐다.

연번 62, 이름 미상, 키 161cm, 신체 특징.

새로운 사망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모인 부모들사이로 ‘어머 ○○인가봐’라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화이트보드를 향해 한발짝 더 걸어갔다. ‘긴 생머리, 검은색 묵주, 치아 상하 교정기, 흰색과 갈색 반팔티, ◇◇ 시계, 핸드폰 △△.’

하나씩 짚어가던 어머니는 금새 눈물을 터트리고야 만다. “어떻게 해.” 옆에 서있던 아버지는 “아직 몰라”라고 말하지만 딸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는지 이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시신이 팽목항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2시간 뒤였다.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방송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은 폴리스 라인 밖으로 프레스 라인을 짰다.

경비선에서 내린 3구의 시신은 부두 바로 옆에 있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천막에서 과학수사대 요원이 나오고 그 뒤로 소방대원 6명이 하나씩, 총 3구의 시신을 운구했다.

들것에 실린 시신은 베이지색 모포로 덮여있었다. 그 위로 뜨거운 햇살이 내렸다.

시신은 곧장 신원 확인실로 들어갔다. 신원 확인실 밖 가족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던 가족들은 검시관으로부터 사망자의 인상착의를 설명들었다.

“키 161에 약간은 통통한데 정상체격입니다. 치아에 교정기를 하고 있습니다. 옷은 뱅뱅 흰색과 갈색이 같이 있구요. 검정색 묵주와 갈색줄 시계를 한 손에 차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어머니는 자기 딸이라는 직감이 들었는지 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 몰라’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아버지의 눈가도 촉촉했다.

○○의 할머니는 조용히 어머니의 손을 얹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인상착의 설명이 마치고 부모님이 들어가려고 하자 검시관이 막았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깨끗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내 자식이 아닐까 모여있는 가족들에게 검시관은 “시신 상태를 많이 걱정하시는데 아직 상태는 깨끗합니다”고 말했다.

천막안에서 ‘들어오셔도 됩니다’라는 말이 들어오자 가족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확인실로 들어갔다.

딸의 얼굴을 확인한 엄마의 울음소리가 곧 터져나왔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곡소리였다. 부모의 울음소리를 마이크에 담던 외신 기자는 계속되는 곡소리에 마이크를 거뒀다.

어머니의 울음은 한동안 계속됐다. 아버지는 ‘이제 비켜줘야 해’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딸의 곁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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