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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한민국의 자화상, 진도실내체육관

[기자의눈] 대한민국의 자화상, 진도실내체육관

기사승인 2014. 04. 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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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자화상, 진도실내체육관.


아시아투데이 윤희훈 기자 = 세월호 침몰 특별취재반으로 진도에 6일간 내려가 있다 급거 상경한지 사흘째다.

3일간의 시간이면 대충 잊혀질만 한데도 아직 진도에서의 기억이 생생하다.

뭍으로 올라온 주검, 이어지는 가족의 곡소리. 이 모든 게 날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마련된 가족 대기소였다.

진도 실내 체육관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어떠한 경계도 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스티로폼으로 냉기를 막고, 그 위에 간이 매트, 그리고 하늘색 모포와 정리안된 이불들. 대한민국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단번에 느껴졌다.

이처럼 아무런 경계가 없는 대기소에서 분실물 발생은 어쩔수 없는 문제다. 실내체육관 문에는 ‘가족들의 핸드폰과 지갑의 분실 우려가 있다’는 경고 문구와 함께 ‘자원봉사자들은 체육관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 문구로 분실물의 책임은 가족에게 넘어갔으며 자원봉사자는 잠재적 절도범이 되버렸다.

이게 과연 인간을 대하는 태도인가. 인간을 존중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의 수습 현장에서도 인간에 대한 존중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에서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재민들의 대피소 사진이 퍼지고 있다.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안됐는지 굳이 말하지 않겠다.

두 사진을 동시에 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동일본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시 이재민 대피소./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출처
한국작가회의는 21일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참담한 심정으로 호소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정부는 인간에 대한 예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 열악한 환경을 본 자원봉사자들의 칸막이 설치 건의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체육관 칸막이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째인 22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가족들과 협의하지 못해 이 같은 제안을 결국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수습 장기화에 대비하란 것이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자원봉사자들의 건의가 없었다면 대책본부에서 이런 걸 생각이나 했을까. 6일간의 경험을 봤을 때 ‘아니오’라고 답을 내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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