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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우울증으로 ‘방화’ 20대 주부에 국민참여재판 집행유예

유산 우울증으로 ‘방화’ 20대 주부에 국민참여재판 집행유예

기사승인 2014. 05. 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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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우울증…심신미약 상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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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뒤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신이 살던 집에 불을 지른 20대 주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하현국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29·여)에 대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참여재판의 쟁점은 정씨가 범행 당시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였는지와 범행 이후 자수 여부였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우울증 때문에 방화 직전 에프킬라를 흡입하고 손목에 자해하는 등 세 차례에 걸쳐 자살기도를 했다”며 정씨의 심신미약 상태를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방화 직후 뛰쳐나가 ‘불이야’라고 소리치며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자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범행 직후 이웃을 대피시키는 등 피고인은 정상적인 상태였고 방화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에프킬라를 흡입해 환각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심신미약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다만 “피고인이 먼저 경찰에 다가가 자신이 불을 냈다고 인정한 점은 자수로 볼 여지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에 출석한 송지영 경희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정씨가 범행 3일 전부터 심한 불안감으로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고 인공유산 후 심한 죄책망상·우울·좌절감 등을 겪었다”며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변호인의 진술을 뒷받침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은 피고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도 배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범행 내용이 공공의 안전에 중대한 침해를 일으키고 피해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심신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자신이 살던 빌라의 안방에서 이불을 쌓아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불로 정씨의 집 전체가 탔으며 이웃집 12채가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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