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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보령 “10년 넘는 무명, 징하게 버텼죠”

[인터뷰] 문보령 “10년 넘는 무명, 징하게 버텼죠”

기사승인 2014. 06. 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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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령
차가운 외모와 달리 중성적인 목소리에 내숭과 가식 없는 애티튜드. 한마디 툭 던지면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말재간까지. 문보령에게는 분명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힘이 있었다.

이달 초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천상여자’는 막장극은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드라마. 일일 복수극의 특성상 상대를 속이고 해를 가하는 등 자극적으로 극이 흘러가며 몰입도를 높였다. 평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높은 관심 속에 종영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어요.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혼자만이 겪는 아픈 시기가 있는데 저도 그런 시기에 ‘천상여자’를 만나서 약간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스태프 분들은 배우 기운 북돋아주시고, 선생님들과 젊은 네 배우도 성격이 좋아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촬영을 마쳤어요.”

문보령은 극중 L식품 차기 경영권을 노리는 야심가 서지희 역을 맡았다. 유일한 정실 자녀이자 그룹의 강력한 후계자 후보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으나 남편 장태정(박정철)을 만나면서 복수의 캐릭터로 변하게 된다.

“제 실제 성격은 전혀 그렇지 못해요. 누군가 미워하고 복수하려고 하면 제가 힘들어요. 어려서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깨달았죠. 가슴에 담고 있으면 내가 가장 힘드는구나. 복수 그런 생각을 안해요. 복수가 더 피곤해요. 용서하고 말겠다 그런 생각인거죠.“

극중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던 지희와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악플 하나에도 심장이 철렁 거릴 정도로 여린 그녀였다.

문보령
“‘별도 달도 따줄게(이하 ’별달따‘)’로 처음 악플에 시달려봤어요. ‘별달따’ 전 ‘청춘예찬’이라는 아침 작품을 했는데 캐릭터가 재밌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여서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거든요. 첫 주연작에 사랑을 받아보니까 원래 그런 줄 알았는데 ‘별달따’로 악플 시달려보니 충격이 컸어요. 그 후 슬럼프가 왔었죠. 하면서도 굉장히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여전히 악플에 상처받는 그녀이지만 지금은 악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고. “천상여자를 통해 잘한다는 댓글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치유가 됐어요.”

문보령은 2003년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로 데뷔해 벌써 11년차 배우다. 하지만 배우로서 순탄하지만은 않은 길을 겪어야 했던 그는 공백 기간도 길었다.

“공백기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모든 직업에 고충이 있겠지만 배우에게 일이 없는 시간, 같은 배우가 아니면 공감하기 어려울 거에요.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고 무슨 일이든 못하겠느냐마는 당장 편하자고 그렇게는 못하더라고요.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겠지만 평생 행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죠. 티비도 보지 못했을 거에요. 힘들어하는 부모님도 그렇게 설득했어요.”

부모님 이야기에 눈물이 스치기도 했다. “지금은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세요. 엄청 유명한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일하는 게 제일 큰 효도거든요. 빨리 좋은 작품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요.

지난 3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배우 박효주와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효주언니와는 제가 스무살 때 쯤 영화에 캐스팅돼서 만났어요. 그때 언니도 무명일 때였는데, 영화가 중간에 공중분해됐어요. 오랜만에 언니를 만난 건데 언니가 제 손을 잡으면서 ‘우리 징하게 버틴다’ 그러시더라고요. 그 말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었죠.”

문보령은 무명이 길었던 것에 대해 “막연히 이야기하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이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오디션을 백 개 보면 한두 개 붙을 정도인데 그런 게 어렵죠. 제 목표는 인지도에요. 저한테 조금이라도 기회가 오려면 인지도를 무시 못 하더라고요. 인지도를 높여야 배우로서 고를 수 있는 작품도 많아지고 욕심낼 수 있는 캐릭터도 많아지겠죠”라고 말했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진짜 저 작품 배역은 저 사람이 아니었으면 안돼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별그대’ 천송이처럼요. 정말 캐릭터와 배우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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