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2014‘S 사회의 창] “약물 중독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병, 처벌 보다 치료와 재활”

[2014‘S 사회의 창] “약물 중독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병, 처벌 보다 치료와 재활”

기사승인 2014. 07. 16.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중독포럼 대표) 인터뷰
조성남1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중독포럼 대표)
대한민국이 각종 약에 취하고 있다. 필로폰, 엑스터시,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 투약으로 검거되는 향정사범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성분도 모르는 다이어트 약,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마약 등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직접 치료해 온 중독포럼 대표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에게 국내 약물 중독의 실태와 치료방법, 정부 당국의 적절한 대책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우리나라 약물 중독 실태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1999년 마약류 사범이 1만명을 넘은 이래 우리나라는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 급속한 확산의 우려가 있어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넘어갔다. 아직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많은 국민이 약물중독의 문제를 가졌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국제택배를 통한 거래 확산과 유학생을 비롯한 외국 왕래 증가, 신종 마약뿐만 아니라 수면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을 비롯한 처방 약물의 남용 증가 등으로 볼 때 30만명 이상 100만명까지도 추산할 수 있다.”

-약물에 빠져드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이유나 특징이 있다고 보시는지 또 약물 ‘중독’과 ‘의존’은 다른 개념인가.

“약물에 빠져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Novelty Seeking’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자극을 추구하는 형태로 주로 각성제를 남용하는 부류이며, 다른 하나는 고통이나 불안, 우울 등을 회피하고자 남용하는 형태로 주로 중추신경억제제인 항불안제·수면제·마약성 진통제·마취제 등을 남용하는 부류다. 각성제를 남용하는 경우에도 나중에는 현실 도피를 위해 남용하게 된다. 보통 중독과 의존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원래 중독은 ‘Intoxication’으로 약물의 성분이 몸에 남아 독성효과를 나타내는 상태를 말하고, 의존이란 ‘Dependence’로 약물에 대한 갈망을 끊지 못하고 반복해 남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의존은 다시 신체적 의존과 정신적 의존으로 구분되며, 신체적 의존은 주로 아편 제재나 진통제, 수면제 등과 같은 중추신경억제제에서 나타나는데 약을 끊으면 통증이 심해지거나, 몸이 떨리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등의 신체적 금단증상이 심해 이를 피하고자 다시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이며, 정신적 의존이란 주로 각성제에서 나타나며 끊었을 때 우울, 불안 같은 정신적인 증상과 갈망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약 중독 또는 오·남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부작용 등은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첫 번째는 신체적 피해다. 부작용이 없는 물질은 없다. 혈액을 타고 몸 전체로 퍼지기 때문에 뇌를 비롯해 모든 장기에 피해를 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는 정신적 피해다. 중독성 약물은 즐기려고 남용하지만, 역설적으로 순간적인 즐거움 대신에 즐거움을 관장하는 보상회로를 파괴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므로 다시 약물을 찾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또한, 정신병을 유발해 인격을 황폐화해 이에 따른 각종 사고가 발생한다. 세 번째는 가정적 피해다, 약물중독은 모든 가족의 삶을 망가트린다. 결국은 가정이 파괴되고 만다. 네 번째는 경제적인 피해다. 결국은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며, 약에 취한 상태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적 피해가 커지게 된다. 다섯 번째는 사회적 피해다, 약물중독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으로 결국은 사회 전체가 병들게 된다. 여섯 번째는 영적인 피해다. 취미생활이나 대인관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외톨이가 되고 결국은 자살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중독자가 늘어나는 한 요인으로 보인다. 또 근본적인 치료 정책보다는 공급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당국의 대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공급에 대한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투약자들에 대한 치료를 통해 수요를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남용 자체가 불법이라 범죄가 맞지만, 그 원인이 중독에 있으므로 이는 치료를 통해 회복해야 한다. 벌을 통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급에 대한 철저한 차단과 함께 중독자에게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제공해 재발을 막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중독자에게는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을 제공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효과적인 약물 중독 치료 방법이 있나. ‘한 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라는 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완전 치료는 가능한가.

“중독은 만성적인 뇌의 질환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치료는 세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동기강화치료다. 중독자 대부분은 자신이 중독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독됐음을 인정하게 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과정은 자신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정립하는 것으로 단순히 약을 끊기 위한 치료가 아니고 남은 인생을 보람되게 살아가기 위한 치료다. 마지막으로는 재발예방치료다. 약물에서 느꼈던 경험은 뇌의 기억장치 속에 저장돼 안 없어진다. 그래서 약물과 관련된 자극이 오게 되면 예전의 약물을 했을 때 느꼈던 경험이 기억나게 되면서 갈망이 생기고 재발을 이끌게 된다. 그러므로 재발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상황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서 연습하는 치료가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료 실태는 어느 수준인가.

“약물중독은 일반 질병과 같이 비밀보장 하에 의료보험이나 의료급여의 혜택을 받아 전국 어디서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치료보호제도를 통해 강남을지병원을 비롯한 20여개의 치료보호지정병원에서 무료로 입원치료뿐만 아니라 외래치료도 받을 수 있다.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중독질환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중독자에 대한 조언이나 당부의 말이 있다면.

“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질병이지만, 중독자 본인은 정작 중독임을 부정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아 점점 악화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치료를 시작하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으며, 치료를 통해 단약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단약자조모임에서 하는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평온함과 어쩔 수 있는 것을 고칠 수 있는 용기와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이미 과거는 지나갔다. 이제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치료를 통해 새로운 보람된 인생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