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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과천선’ 진이한, “아쉬움 남지만 그만큼 더 많이 배웠죠”

[인터뷰] ‘개과천선’ 진이한, “아쉬움 남지만 그만큼 더 많이 배웠죠”

기사승인 2014. 07. 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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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한
사진=박성일 기자 rnopark99@asiatoday.co.kr
지난 4월 종영한 ‘기황후’는 올해 등장한 드라마들 가운데 몇 안 되는 킬러 콘텐츠였다. 30%에 육박한 시청률을 기록한 ‘기황후’의 인기 비결로 주연배우 하지원과 지창욱의 호연을 꼽는 이들도 있을 것. 하지만 ‘기황후’를 즐겨 봤던 시청자라면 극중 이 두 사람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드라마의 인기몰이에 일조한 인물이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짙은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수려한 외모와 보는 이들을 완벽히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력을 겸비한 진이한은 당시 빼어난 학술적 소양과 명석함을 지닌 탈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신중한 선비 기질 뒤에 서슬 퍼런 단호함과 대담함을 갖추고 있어 수차례 기승냥(하지원)을 위기에 빠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수년 만에 대중들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된 진이한은 ‘기황후’를 마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차기작 ‘개과천선’으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제가 한 작품을 하면 그 캐릭터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심지어 데뷔작 ‘한성별곡’이 배우 진이한을 탄생시킨 작품이라면 ‘기황후’는 제2의 배우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작품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탈탈이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그런데도 ‘개과천선’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성 때문이었고, 늘 존경하던 김명민 선배님이나 김상중 선배님과도 꼭 한 번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극중 진이한은 사법계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밟아온 수재인데다 겸손하고 성격까지 좋아 윗분들의 총애를 받는 판사 전지원 역을 맡았다. 후에 그는 김석주(김명민)가 떠난 차영우(김상중) 로펌에 들어가 새로운 에이스 변호사로서 김석주와 경쟁하는 라이벌이 된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당초 6회에서부터 활약을 펼치기로 돼 있었던 전지원은 10회분이 넘어가도록 제대로 등장조차 하지 못했다. 앞에서 풀어낼 이야기들이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하며 그의 출연 순서까지 밀리기 시작한 것.

설상가상으로 ‘개과천선’의 조기종영이 결정되면서 진이한이 전지원이란 인물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가 지닌 사연들과 여주인공 이지윤(박민영)과의 러브스토리, 김석주와의 대립까지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못한 채 어영부영 마무리됐다.

진이한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커요. 사실 전지원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들도 나올 예정이었는데, 예상보다 너무 존재감 없는 인물이 돼 버렸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작품이었어요. 이야기를 전부 풀어내기 힘든 상황이라 해도 주변 상황을 탓하지 말고 제 나름대로 중심을 잡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자책도 많이 했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누구보다 정직하고 곧은 성품을 지닌 전지원이 차영우 로펌에 들어간 순간부터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인으로 돌변한 것도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진이한 역시 “제가 생각해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진이한은 빛나는 기지를 발휘해 전지원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해냈다. 김석주와의 재판에서 승리하고 차영우에게 크게 칭찬 받은 후, 홀로 남은 사무실에서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깊은 한숨을 내쉰 것.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그나마 전지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사실 대본에 없는 제 애드리브였어요. 큰 뜻을 품고 로펌에 들어오긴 했지만 권력의 꼭두각시가 된 자신의 모습에 허무함과 회의감을 느끼는 지원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지원이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 돼버릴 것 같았거든요. 전지원을 정말 제대로 연기해 낼 자신이 생기자마자 극이 끝나버린 게 지금 생각해도 가장 안타까워요.”

인터뷰 내내 진이한은 못다 보여준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몇 번이나 토로했다. 배우로서의 자긍심과 자신감, 더 큰 배우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큰 사람이기에 그만큼 아쉬움도 더 크게 남았으리라.

“저는 배우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대박’이 날 것 같은 작품이나 캐릭터에 연연하고 싶진 않아요. ‘기황후’가 끝난 후 쉬지 않고 바로 ‘개과천선’에 들어갔던 것처럼, 작품성이 좋은 드라마라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예전에 독립영화에 몇 번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 쪽 일도 다시 해보고 싶고요. 무엇보다도 대중들이 ‘진이한’ 하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포토]진이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나요?
진이한은 아직 자신이 배우로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진이한을 응원하는 수많은 팬들에게는 그의 그런 모습까지도 마냥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터.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진이한 관련 게시판에서 그가 ‘요정’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아는지 묻자 진이한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게시판은 저도 종종 보고 있어요. 어쩌다 30대 남자 배우가 요정이란 별명을 갖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이 지어주신 거니까 저도 마음에 들어요. 제 팬들은 절대로 저를 옹호하지만은 않아요. 연기가 이상했으면 이상했다고, 어떤 부분은 고쳤으면 좋겠다고 정확하게 지적해주시고 연기 기복이 심할 때는 질타도 해주세요. 그런 글을 보면 상처를 받기보다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어요. 큰 힘이 되고 활력소가 되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봐 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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