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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세월호 100일의 기록…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침몰] 세월호 100일의 기록…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기사승인 2014. 07.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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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지만, 아직 10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론 그리고 ‘특별법’ 등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에 여전히 미안한 대한민국이다.

지난 4월 16일 단원고 학생 325명 등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현재까지 29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세월호에 탑승한 476명은 ‘수학여행’이라는 설렘에 가득찬 단원고 학생들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과 신부,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단란한 가족, 그리고 환갑을 맞은 초등학교 동창생들까지 각각 다른 사연으로 제주도로 향하고 있었다.

16일 오후 이미 제주도에 도착했어야 할 ‘세월호’는 진도에 주저앉아 아직까지 소리 없는 울음이 짙푸른 바다를 휘감고 있을 뿐이다.

세월호 그곳엔 ‘살신성인’이 있었다

승무원 고 박지영씨(여·22)는 세월호가 침몰될 당시 승객들에게 구명의를 나눠주고 구명의가 부족하자 자신의 구명의도 단원고 여학생에게 건네며 “나는 너희들 다 구조하고 나갈 거야”라고 말했으나, 그 한마디가 그녀의 마지막이 되었다.

고 김기웅씨(남·28)와 정현선씨(여·28)는 세월호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과 승무원으로 만나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이들은 승객들을 구하려고 기울어지는 선내에 진입했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비교적 탈출이 쉬웠던 5층에 있던 단원고 선생님들도 당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 학생들 방으로 뛰어 내려왔다.

지난해 첫 교단에 선 고 전수영 교사(여·25)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렸다.

또 남자친구와 통화하면서 “배가 기울고 있는데 (구명조끼) 입히고 챙겨야 한다. 학부모와 연락해야 한다”고 전화를 재빨리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의 마지막 통화는 “사랑해 고마워”였다.

고 최혜정(여·25), 김초원(여·26), 이해봉(남·33), 남윤철(남·35) 교사도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들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목이 터져라 “나가”라고 소리치며 배 안을 뛰어다녔고, 또다시 기울어져 가는 배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 구조에 온 힘을 다했다. 특히 최혜정 교사는 학생 10여 명을 탈출시켰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교사도 있다. 양승진(남·57), 고창석(남·43) 두 실종 교사 역시 자신들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주면서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지켰다.

아이들이 전하는 마지막 육성

학생들은 끝까지 해맑았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배 안에서 ‘탈출’ 지시만 기다렸다. 어른들의 말을 믿었기에 그들은 그렇게 하염없이 구조를 기다렸다.

세월호 참사 후 학생들의 휴대폰이 복구되면서 유가족들은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중 하나는 학생들이 배가 기울자 당황해 하며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고 김시연(여·18) 양은 “우리 반 아이들 잘 있겠죠? 선상에 있는 애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진심입니다. 부디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수학여행 갔다 올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이라며 기도를 남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 고 김동협군(남·18)은 “지금 배 상황이다. 전기가 통제됐고 해경이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나 살고 싶다. 진짜로”라며 “내가 왜 수학여행을 와서.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살고 싶은데”라고 절규했다.

고 박수현군(남·18)이 남긴 영상에는 “살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과 함께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어둠이 뒤덮인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면서 ‘공포’에 떨었을 학생들… 그 순간에도 학생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함께’ 했을 것이다.

이승에서 못다 이룬 꿈… 하늘에서라도

소녀의 꿈이 전시회로 다시 살아났다.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고 박예슬양(여·18)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꿈을 세상에 선보였다.

예슬양이 유치원 때부터 최근까지 그린 작품들 40여 점 중 남자친구와 입고 싶었던 옷 그림은 실제 옷으로 제작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중학교 때 그린 구두 그림 역시 실제 구두로 제작돼 전시회 한 켠을 채웠다.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었던 고 이다운군(남·18)의 자작곡은 신용재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다운 군의 자작곡 ‘사랑하는 그대여’는 이다운 군이 생전에 기타를 치며 휴대전화에 녹음한 2분 남짓의 미완성곡을 최대한 원곡의 형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편곡해 완성된 곡이다.

신용재는 “녹음을 하면서 다운 군의 진심이 담긴 노래라는 걸 느낄 수 있어 가슴이 아팠다. 이 노래가 다운 군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그 누구보다 다운 군이 하늘에서 이 노래를 듣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가수가 꿈이었던 소녀도 있었다.

가수 김장훈은 고 이보미양(여·18)이 생전에 못다 한 꿈을 이뤄준다.

이보미 양이 생전에 부른 ‘거위의 꿈’을 기술적으로 다듬어 듀엣곡으로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

김장훈은 오는 2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공연에서 이보미 양과 함께하는 느낌을 주는 듀엣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하늘에서라도 지켜보며 행복해할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는 지금, 우리는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 중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은 조속히 풀어야만 하는 과제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잊지 말고 잊어서도 안 되는 그 날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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