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순천 별장 수색 당시 벽장에 숨어있던 유병언 놓쳐

벽장서 현금 8억3000만원, 미화 16만달러 담긴 돈 가방 2개 발견

23일 오후 인천지검이 공개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돈가방./사진=이진규 기자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을 수색할 당시 벽장 안에 숨어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5월 25일 수사관들이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을 수색하던 당시 유 전 회장이 별장 내 숨어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씨(33·여)가 당시 수사관들이 숲속의 추억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고 나중에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 전 회장은 은신처 안에 숨어있었다고 지난 6월 26일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오후 4시 숲속의 추억에 대한 수색을 시도했다가 문이 잠겨 있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날 오후 9시30분부터 2시간 가량 별장을 수색했지만 숨어있던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6월 27일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유 전 회장이 언제 별장을 빠져나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3평 규모의 공간이 있었다. 공간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밖에서 볼 때 통나무로 위장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숨어있던 통나무 벽장 내 은신처에서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각각 담긴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검찰은 5월 25일 별장 수색 후 유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하자 유 전 회장과 도피활동을 함께 하며 비서 역할을 해온 신씨를 현장에서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체포하고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집중 추궁했다.

신씨는 5월 28일 검찰 조사에서 “5월 25일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불상의 남자가 유 전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깨보니 유 전 회장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그러나 검찰의 조사가 계속 이어지자 지난달 26일 “유 전 회장이 5월 25일 검찰 수사관 수색 당시 별장 안에 숨어있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도피협력자들이 벽장에 있던 여행용 가방을 찾으러 다시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별장 안팎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 차장검사는 “무능하다는 질책과 비판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으나 유 전 회장 부자를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일념으로 검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고 자부한다”며 소회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