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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체 확인 이후 검찰이 밝힌 수사 과정 전말

유병언 사체 확인 이후 검찰이 밝힌 수사 과정 전말

기사승인 2014. 07.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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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2면
유병언-3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23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그간의 수사과정 내역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직후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출국금지가 목포지검 합동수사본부에서 이뤄졌다.

김 차장검사는 “4월 19일 장남 유대균씨가 출국을 시도하다가 좌절되자 그 날 점심 무렵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들어가 유 전 회장 및 측근들과 회의를 하고 그 자리에서 도피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4월 22일 짐을 꾸려놓고 도망 준비를 했는데 다음날 새벽 금수원 압수수색을 확인하는 모 언론사 기자의 연락을 받자마자 ‘신엄마’로 알려진 신명희씨 언니 신모씨의 자택으로 도피했다.

유 전 회장은 4월 24일 구원파 신도인 한상욱씨의 집으로 이동해 5월 3일까지 은신했다. 5월 3일 밤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인 ‘숲속의 추억’으로 측근인 추경엽씨와 아해프레스 직원 신유라씨(33·여), 운전기사 양회정씨 등과 함께 차량 2대를 타고 이동했다.

유 전 회장은 송국빈 다판다 대표가 구속되자 곧바로 순천 별장에서 장기 은신 체제에 돌입했다. 유 전 회장은 좀 더 은밀한 도피처 마련을 위해 현금 2억5000만원을 주고 휴게소 인근 임야와 임야 내 주택을 측근 정모씨 명의로 구입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5월 16일 오전 10시까지 소환할 것을 통보했지만 유 전 회장이 불응하자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40여명이 된 검거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검거 작전에 들어갔다.

유 전 회장은 5월 20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불응했고, 이에 검찰은 5월 21일 금수원 압수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을 검거하는데 실패했다.

검찰은 5월 23일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추씨와 한씨 등을 미행하고 순천과 전남 보성 인근 지역을 수색하는 등 본격 추적을 시작했다.

검찰은 5월 24일 밤 11시 순천에서 추씨를 체포했고, 이어 5월 25일 새벽 안성에서 한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5월 25일 오후 4시께 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본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검찰은 숲속의 추억을 수색하려고 했는데 별장 문이 잠겨 있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날 오후 9시30분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별장엔 유 전 회장은 없었고 신씨만 있었는데 신씨는 자신이 안성에 사는 미국국적 구원파 신도인데 이날 아침 요양을 위해 성명불상의 여신도와 함께 별장에 온 것이라며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5월 25일 별장 수색을 마친 후 신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인천지검에 이송,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5월 26일 전남지방경찰청에 의뢰해 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신씨 등 체포자를 상대로 유 전 회장의 행적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신씨는 5월 28일 별장에 혼자 남은 경위에 대해 “5월 25일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불상의 남자가 유 전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깨보니 유 전 회장이 혼자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5월 25일부터 6월 10일까지 순천 인근 지역을 경찰과 합동으로 주요 도로를 검문하고 은신처를 집중 수색했다.

검찰은 별장 부근 CCTV 영상을 분석해 이석환 금수원 상무 명의의 스타렉스 승합차가 5월 29일과 5월 30일 별장 부근을 지나간 것을 확인했다. 이 상무의 스타렉스 차량은 순천·곡성을 우회해서 전남 해남으로 진입했다.

검찰은 6월 8~9일 CCTV분석 자료와 통화내역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구원파 신도들이 유 전 회장을 해남으로 도피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해남 등지에서 통화내역 등 의심점이 포착된 최모씨 등 6명을 검거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신씨를 지속적으로 소환해 유 전 회장 부자의 소재를 추궁했다.

신씨는 6월 26일 검찰 조사과정에서 “5월 25일 수사관이 숲속의 추억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고 나중에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 전 회장을 그 은신처 안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곧바로 숲속의 추억 별장 내부를 수색했고 그 결과 별장 2층 통나무 벽을 짤라 만든 빈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공간에 유 전 회장은 없었고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각각 담긴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검찰은 그때부터 유 전 회장과 도피협력자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별장 안팎에 CCTV를 설치하고 감시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운전기사 양씨가 5월 25일 새벽 3시께 소나타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이 황변 IC 부근 폐쇄회로(CC)TV에 촬영돼 승용차를 추적한 결과 양씨가 전북 전주에 차를 버리고 양씨의 처제를 만난 것을 포착했다. 전주에서 검거된 양씨의 처제는 “양씨가 허겁지겁 달려와 검찰이 들이닥쳐 유 전 회장을 순천 숲속에 놔두고 왔다면서 유 전 회장을 구하러 가자고 제안했는데 온집안 망할 일 있냐며 거절했고 그 대신 양씨를 금수원으로 차에 태워 보내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또 4월말 오갑열 전 체코대사 부부가 경기도 양평에 소재한 구원파 신도 소유의 별장을 둘러보고 그 신도에게 도피자금을 추정되는 5500만원을 맡겨놓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아울러 유 전 회장 검거작전 과정에서 휴대폰 1000여대, 통화내역 170만여건을 분석했고 130여명에 대한 계좌추적, 계열사 50여개 업체의 계좌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전력·가스업체를 대상으로 유 전 회장이 은닉하고 있을 만한 전국 80여곳의 전력·가스 사용량도 수시로 체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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