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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죽은 유병언에 잡힌 특수검사 최재경

[투데이 포커스] 죽은 유병언에 잡힌 특수검사 최재경

기사승인 2014. 07.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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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특수수사의 최고봉’이라 불리던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부실수사’의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났다.

전날 인천지검이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의 수사 전 과정을 낱낱이 언론에 공개한 직후, 그는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활약하며 현대차 비자금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사건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 중수부장 등 특수수사의 엘리트 코스를 모두 거치며 일찌감치 검찰총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지난 2012년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검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검 중수부 문패를 내리려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에 맞섰던 그는 결국 검란(檢亂)의 주역으로 몰리며 전주지검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지난해 4월 인사에서 그는 대구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보였지만 같은해 12월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에 탈락하며 지금의 인천지검장으로 전보 발령됐다.

그런 그에게 이번 유병언 전 회장 수사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였을지 모른다. “유병언을 잡기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사무실에 야전침대까지 들여놓고 배수진을 친 그였다.

검찰 주변의 많은 사람들 역시 최 검사장이 재기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죽은 유병언으로 인해 화려했던 27년 검사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이날 오전 최 검사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그는 “좌고우면, 정치권이나 실세에 빌붙지 않고 나름대로의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는 꼿꼿한 검사가 되기를 소망하고 노력했지만 타고난 자질이 못나고 수양도 부족해서 결국 화호성구(畵虎成狗. 범을 그리려다 개를 그리고 맘)에 그쳤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때로는 힘든 일도 겪었고, 억울하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심중의 ‘정정당당’ 네 글자로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큰 부끄러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1년 남기춘 검사장, 지난해 채동욱 검찰총장에 이어 또 한 명의 특수검사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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