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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검거로 한숨 돌린 경찰 vs 궁지에 몰린 검찰

유대균 검거로 한숨 돌린 경찰 vs 궁지에 몰린 검찰

기사승인 2014. 07. 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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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검거 기여도 둘러싸고 서로 얘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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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찰에 검거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 대균씨가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김종길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서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온 검찰과 경찰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44)가 25일 전격 검거되면서 상반된 국면을 맞게 됐다.

우선 유 전 회장 변사 사건에 대한 초동수사 부실로 궁지에 몰리며 정치권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의 사퇴론까지 대두됐던 경찰의 경우 이번 대균씨 검거 작전 성공으로 인해 일단 한숨을 돌렸다

반면 지난 5월 25일 유 전 회장이 은둔해 있던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을 수색하고도 2층 통나무 벽 안에 숨어있던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한데다가 이 같은 주요정보를 경찰과 공유하지도 않았던 사실이 드러난 검찰은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 버리며 궁지에 몰리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번 대균씨 검거에 대한 기여도를 놓고 서로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 진실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오후 7시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모 오피스텔에서 대균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씨(34)를 검거했다.

이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수행원이자 측근인 하모씨의 여동생 소유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오피스텔이 5월 초 이후 비어 있었는데도 계속 수도·전기요금이 청구되는 사실에 주목하고 은신처를 급습해 대균씨를 검거했다.

덕분에 경찰은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추궁이 핵심 수뇌부로 확산될 상황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앞서 경찰청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전 순천경찰서장을 경질하고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이성한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는데 대균씨 검거로 일단 이 청장에 대한 사퇴 압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공을 독점하려는 욕심에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비난을 받아 온 검찰은 막판 반전 카드를 경찰에 넘겨주며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태다.

검찰은 지난 24일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사임한 직후 강찬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그리고 유씨 일가 수사 과정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그동안 수사를 지휘해왔던 김회종 인천지검 2차장검사와 주영환 인천지검 외사부장을 각각 서울고검과 부산고검으로 전보조치 했다.

해당 자리에는 이헌상 안양지청 차장검사와 이진동 춘천지검 형사2부장이 각 전보됐다.

이처럼 검찰은 수사지휘부를 전면 교체하며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두 달 넘게 추적해온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나 대균씨를 경찰이 검거한 것 등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은 검찰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그동안 검찰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유씨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절차 역시 그 효과나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전남지검 순천지청에 감찰팀을 파견해 수사 지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경찰만큼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5월 송치재 별장에서 유병언씨를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6월 12일 변사체가 발견됐으나 40일이 지난 21일에야 변사체가 유씨임을 확인해 비난을 샀다.

이처럼 대균씨의 검거로 두 조직의 처지가 갈리면서 수사당국 일각에선 검거 기여도에 대한 진실게임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균씨가 은둔해있던 오피스텔에 대한 수사 착수에 검찰의 공이 있는지에 대한 설전이다.

검찰 관계자는 “7월 11일 경찰에 공문을 보내 구원파 신도들의 친척 명의 부동산까지 다 뒤지라고 지시했고, 수도요금 등도 살피라고 했다”며 “최근 신도 4000명의 명단을 경찰에 건네주고 경찰 연락관으로부터 보고도 받는 등 검경 공조는 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대균씨를 잘 검거한 것이고 검거하는 문제를 두고 경찰과 공을 다툴 이유가 없다”며 “검거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측은 이에 대해 “검찰이 신도들의 친인척 부동산 현황 자료를 주긴 했으나 대균씨를 검거한 오피스텔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서 “이 오피스텔은 경찰이 꾸준히 추적해 왔던 곳”이라고 반박했다.

전날 대균씨가 검거된 직후에도 검경은 대균씨의 신병을 두고 미묘한 감정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균씨 체포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경찰은 인천지방경찰청으로, 검찰은 인천지검으로 대균씨가 올 것이라고 언론사에 공지해 한동안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인천경찰청 광수대에 도착했던 대균씨는 한 시간도 안 돼 인천지검으로 이송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인천지검은 이날 다시 대균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진행한 뒤 오후께 중간 수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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