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퍼시픽호텔 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

퍼시픽호텔 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

기사승인 2014. 07. 28. 05:3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DSC02360
호텔 2, 3층 리모델링을 위한 철거공사 비용에 대해 1억4000만원(가운데)과 2억4000만원(오른쪽)으로 서로 다른 금액으로 작성된 2개의 견적서
이종철 퍼시픽호텔 회장과 정철수 (주)민성 대표이사의 인연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퍼시픽호텔 설립 초기 이 회장의 부친과 각각 50%의 주식 지분을 나눠서 보유했던 일본인 사업가 A씨로부터 정 대표의 부친인 정휘동씨(2012년 사망)가 1974년 주식을 인수하면서 퍼시픽호텔의 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정씨는 아들 정 대표에게 47.7%의 지분을 양도해 결과적으로 일본에 소재한 주식회사 민성 측이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은 이 회장 측과 각 50%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다. 1992년 이 회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되면서 외형상 공동 운영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3선 의원 출신인 정씨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게 정 대표 측 주장이다.

◇불법 유·무상 증자를 통한 호텔 경영권 찬탈

문제는 정씨가 물러나게 되고 이 회장이 단독으로 호텔을 경영하게 되면서 불거졌다. 2007년 호텔 경영상 문제가 있던 부친과 민형사상 다툼을 벌이던 정 대표는 이 회장과 함께 정씨의 대표 연임을 막았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27일 정 대표는 “부친을 호텔에서 쫓아낸 후에야 부친의 존재가 이 회장에게 얼마나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이 회장의 천적이었던 부친을 호텔 경영에서 배제시킨 것은 결과적으로 이 회장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돼 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대표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민성 측 고문변호사로 일해 온 권영훈 변호사를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후 권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완전히 빼앗을 궁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권 변호사는 자문에 대한 상당액의 대가를 받았고 이후 5년 동안 월 1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는 게 당시 호텔에 근무했던 전직 임원의 진술을 토대로 한 정 대표 측 주장이다.

이후 이 회장은 2007년 3월 22일자 무상증자를 통해 총 발행주식수를 24만주에서 240만주로 늘렸다. 정 대표 측은 이 무상증자는 신주발행에 대한 이사회 결의도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이뤄진 것으로 무효가 아니라 아예 부존재로 봐야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또 같은해 4월 13만주 유상증자를 결의, 자신의 보유주식 수를 6만2500주 더 늘렸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부친 정씨가 2500주를 추가 인수했을 뿐 일본에 소재한 민성 측은 적법한 통지를 받지 못해 신주를 인수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이 회장 측과 정 회장 측의 50:50 지분 비율은 무너지고 호텔의 지배권은 이 회장 측으로 넘어가게 됐다.

DSC02365
이사회에 실제 참석하지 않은 이종철 회장의 장남 이승수씨가 참석해 날인한 것처럼 허위작성된 이사회 의사록
DSC02368-1
주식회사 민성(대표이사 정철수)의 명의로 위조된 퍼시픽호텔 신주식 인수 포기서(위쪽)

◇엉터리 이사회·위조한 인수 포기서

이 같은 불법 유·무상 증자 과정에서 실제 열리지도 않은 이사회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거나 이사회 회의록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이사의 날인이 찍히는 등 사문서 위조가 자행됐다는 것이 정 대표 측 주장이다.

실제 정 대표 측은 2007년 4월 4일자 이사회 회의록<사진>에 이 회장의 장남 이승수씨가 참석한 것으로 날인이 돼 있지만 당시를 전후해 이씨가 국내로 입국한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이로부터 보름 뒤인 4월 19일자로 작성된 주식회사 민성 명의의 ‘신주식 인수 포기서’<사진>역시 전혀 민성 측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위조 서류라고 전했다.


◇2012년 불법 유상증자…석연치 않은 1심 판결 취소

2012년 이 회장은 다시 호텔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비 조달을 구실로 또 한 번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시 호텔 총 자본금 123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약 54억원의 공사비 조달 안건이었지만 주주총회 의결도 없이 이사회에서 결정이 이뤄졌다.

신주배정사실과 주식청약요령 등을 청약기일 2주전까지 주주에게 통보해야하는 상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2012년 6월 18일 통지를 함으로써 일본에 있는 정 대표에게는 법정기한을 7일이나 넘긴 6월 27일에야 국제등기우편이 도달했다.

결국 10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을 제 때 납입하지 못한 정 대표의 주식은 실권주 처리가 됐고,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차남 이민수, 이 회장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임모씨 등 3명만이 신주인수에 참여 총 22만6800주의 신주를 인수했다.

그 결과 호텔 내 지분비율은 크게 바뀌었다. 신주 인수 전 43.17%의 지분을 보유했던 이 회장은 신주 인수 후 46.6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정 대표(42.76%)를 제치고 호텔의 최대주주가 됐다.

여기에 이씨가 8.34%, 임씨가 0.3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이 회장 측이 55%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불법적인 유상증자의 효력을 다투기 위해 즉각 소송을 냈고 1심 재판에서 승소판결을 얻어냈다.

2013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유상증자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정 대표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피고(퍼시픽호텔, 이종철)가 2012년 7월 11일 한 액면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22만6800주의 신주발행을 무효로 한다”는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결과는 2심에서 어이없게 뒤바뀌었다. 2013년 12월 4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정 대표)가 소를 제기하면서 청구취지란에 ‘이 사건 신주발행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만을 기재하고 청구원인란에는 ‘증거가 수집·정리 되는대로 조속히 정리하여 제출하겠습니다’라고 기재한 후 증거자료도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상법 429조에서 신주발행 무효는 신주 발행일로부터 6월 내에 소로 주장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소장은 그 기간 내에 제출했지만, 무효에 관한 주장과 증거를 늦게 제출했기 때문에 그 주장을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매번 불발로 끝난 검경 수사

정 대표 측은 이 회장이 과거 호텔 내 극장식당 홀리데이서울과 나이트클럽 무겐 고객들의 성매매를 방조하면서 벌어들인 현금수입을 장부에 계상하지 않고 따로 비자금으로 관리하면서 수십 내지 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출을 당시 경리부장 업무를 맡고 있던 명노경 전무가 모아 오면 자신이 호텔에 있는 새마을금고 등 두 곳의 은행에 이 회장의 부인 김모씨 명의로 따로 입금해 관리했다는 것이 30년간 호텔에 근무했던 김종선 전 전무의 증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이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김 전 전무는 밝혔다.

실제 무겐에 놀러왔던 여고생이 성매매(내지 원조교제)를 했다며 학부모로부터 호텔로 항의 전화가 걸려오고 경찰에 고소까지 당한 적도 있었으며, 이 같은 매춘, 조세포탈의 증거인멸을 위해 해당 객실 인근에는 일부러 CCTV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전무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의 또 다른 루트는 사문서 위조를 통해 이뤄졌다. 호텔 개보수 공사나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공사비를 크게 부풀려 지급한 후 돌려받는 방법으로 이중 계약서<사진>를 만들었다.

김 전 전무는 또 “명 전무의 비밀재산이 막대하다. 아파트 3채를 가족 등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도 비자금을 조성·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잘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수차례의 경찰 고발과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매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년 동안 세무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며 “이 회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그 일을 내가 실제 담당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전무는 2008년 자신이 직접 이 회장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에게 이 회장과의 대질신문까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혐의 내용이 불명확해 더 이상의 수사가 어렵다’며 검사로부터 고소를 취하할 것을 종용받기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이 회장과 세 아들의 이중국적·병역기피·해외 재산도피

김 전 전무는 “이 회장의 세 아들 모두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로 알고 있다”며 “셋 모두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호텔에서 20여년 근무하며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B씨는 “이 회장은 미국 영주권을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지 해외도피가 가능한 상태”라며 “미국 하와이 주에 횡령한 회사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2개 부동산(별장과 아파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의 차남 이민수 유피아이 코리아 사장은 영화배급과 관련된 이중계약서 작성을 통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정 대표 측 주장이다.

국세청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로비를 통해 유야무야 됐다는 것이다.


◇불법 호텔 증개축…부실공사로 인한 안전 위험도

정 대표 측은 호텔 건물의 불법 증개축에 따른 안전문제도 지적했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호텔 2, 3층과 4층 일부, 7, 9층을 불법 증개축했고 호텔 지하 1, 2층도 불법개조 해 객실을 10여개 늘려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 등은 고객의 안전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며 비자금 조성 등 목적으로 불법건축을 반복해 왔다”며 “허가 등을 위해 관계당국 관리들을 뇌물로 매수하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매수해 불법건축 사실을 은폐해 왔다”고 덧붙였다.


◇외자도입법상 외국인 투자법인…해외투자자들 투자 위축 우려

퍼시픽호텔은 재일교포가 한국에 투자해 설립한 한국과 일본의 합작회사다.

정 대표는 “1974년 호텔 설립 당시 재일교포들은 고국의 발전을 위해 일본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한국에 투자했고, 국내에서도 외자도입법을 제·개정해가며 이 같은 투자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한국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에 보탬이 됐다”며 “그러나 30~40년의 세월이 지나 한 세대가 교체되는 요즘 재일교포들이 믿고 투자하며 맡겼던 한국 내 재산에 대한 횡령·배임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가의 불안을 부추기고 불신을 초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개인회사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문제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