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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슈퍼키드, EP앨범 ‘세코’ 공개 “마음 속 습기 제거해줄 정열적 음악”

[인터뷰] 슈퍼키드, EP앨범 ‘세코’ 공개 “마음 속 습기 제거해줄 정열적 음악”

기사승인 2014. 07. 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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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슈퍼키드 헤비포터(왼쪽부터), 징고, 허첵
밴드 슈퍼키드가 작열하는 한 여름의 태양과도 닮은 새 미니앨범으로 돌아왔다.

28일 공개된 슈퍼키드의 미니앨범 ‘세코(SECO)’는 지구 반대편, 즉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남미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앨범이다. 유쾌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슈퍼키드만의 색깔에 정열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여섯 곡(인트로 포함)이 수록됐다.

슈퍼키드에게 있어 이번 앨범은 유독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8년 간 몸담았던 전 소속사 사운드홀릭에서 독립해 직접 레이블을 창립하고 발매한 첫 앨범인 동시에 드러머 슈카카와 기타리스트 세버가 탈퇴한 후 남은 세 멤버 허첵(보컬)과 징고(보컬), 헤비포터(베이스)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내놓는 작품이다.

더불어 싱글이 아닌 앨범 형태로 음반이 발매된 것은 징고가 군에 입대하기 전인 2010년 정규 3집 앨범 ‘멋지다 슈퍼키드’ 이후 약 4년 만이기도 하다. 그간 슈퍼키드의 새 앨범을 애타게 기다려 왔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그들이 선보이는 음악만큼이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매력을 지닌 세 멤버 허첵·징고·헤비포터를 만나 새 앨범 ‘세코’는 물론, 달라진 주변 환경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독립 레이블 설립, 3인 체제로의 변화…‘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올 상반기 슈퍼키드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멤버 징고가 제대한 후 본격적인 5인 체제 활동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내 두 멤버의 탈퇴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음악적 성향과 팀의 진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결국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을 내린 것.

“솔직히 처음 팀을 나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땐 ‘멘붕’(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를 일컫는 신조어 멘탈 붕괴의 준말)이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눈앞이 캄캄했죠. 하지만 서로의 의견이 다른 상태에서 더 오래 한 팀을 해봤자 양쪽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충원 없이 세 사람이서 슈퍼키드로 활동해 갈 예정이에요.”

누구보다도 슈퍼키드의 색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편곡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좌절도 잠시, 남은 세 멤버는 이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사실 그동안 밴드 사운드에 한정된 음악밖에 들려드릴 수 없었는데, 오히려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그래밍 역할이 많아진다거나, 기타 대신 브라스 반주를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죠. 외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사운드 자체도 훨씬 풍성해졌고, 남은 세 멤버들의 결속력이 더욱 탄탄해지는 계기도 됐어요.”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함께했던 사운드홀릭을 떠난 것 역시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정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멤버들의 생각이었다. 소속사 측에서도 이와 같은 멤버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줬고, 양 측은 서로의 앞길을 응원해주며 웃는 얼굴로 결별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션이 레이블을 차리면 사무적인 부분에까지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악에 덜 신경 쓰게 된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하고 싶은 음악을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몰랐던 것들을 배우면서 시야도 더 넓어진 것 같고요. 물론 보호막이 없어졌다는 불안감도 있고, 앞으로 해쳐 나가야 할 것들에 대한 걱정이 없진 않지만 열심히 해 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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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여름 제습기처럼, 습한 마음을 ‘쫙’ 빨아들이는 새 미니앨범 ‘세코’

앞서 언급했듯 ‘세코’는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등 남미 국가의 이미지가 강한 앨범이다. 군악대로 복무하며 전 세계를 돈 징고가 남미에서 특히나 강한 음악적 영감을 받은 것이 ‘세코’의 시작이었다. 정열적이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느와르 풍 분위기는 빨간 바탕을 배경으로 멋지게 슈트를 차려 입은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앨범 재킷에서부터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저희들이 보통 앨범을 작업할 때 다양한 색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부렸다면, 이번 앨범은 독립한 후 처음 내는 앨범인 만큼 철저하게 검증된 곡들만 실으려고 했어요. 타이틀곡 ‘세코’나 ‘아임 낫 어 록스타(I‘m Not A Rockstar)’는 이미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한 곡이었고, ‘러브 매직(Love Magic)’은 데모 곡들 중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호평 받은 곡이었죠. ‘그리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는 슈퍼키드의 기존 곡들 중에서도 특히나 사랑 받았던 곡을 다시 작업한 거고, 심수봉 선생님의 ‘젊은 태양’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명곡이고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곡들을 고르고 골라 의욕적으로 작업했어요. 계속 엎어 가면서 마스터링만 세 번 했을 정도예요.”

앨범명이자 타이틀곡 제목인 ‘세코’는 ‘건조시키다’라는 스페인어로 남미에서 술자리에서의 흥을 돋우는 표현으로 쓰이는, 한국의 ‘건배’와도 비슷한 단어다. 술잔을 깨끗이 비우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남미의 여름 밤 파티를 연상시키는 시원시원한 사운드와 마음에 드는 이성을 향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정열적 가사가 어우러진 타이틀곡 ‘세코’는 그야말로 축 늘어진 마음 속 습기들을 제거해주는 제습기와도 같은 곡이다. 남들이 하면 저렴할 것 같지만 슈퍼키드가 하면 왠지 거부감 없이 잘 어울리는, 야하지만 야하지 않고 익살스럽게 느껴지는 가사와 느끼한 보컬이 일품이다.

“앨범의 인트로를 듣지 않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세코’의 인트로는 타이틀곡과도 연결되는 곡이기 때문에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징고의 기막힌 언어유희 센스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곡이죠. 사투리가 이렇게 남미 말과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코스 요리의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니까, 인트로도 꼭 같이 들어주세요.”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 남미 느낌 가득한 곡으로 재탄생한 것 또한 신선하다.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트로트엑스’에서 선보이기 위해 편곡해뒀던 이 곡을 방송에서 보여줄 기회는 없었지만, 편곡의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의 느낌과도 잘 맞는다고 의견이 모아져 3번 트랙으로 수록하게 된 것.

‘러브 매직’은 아라비안 향기가 짙은 사랑 노래다. 멤버들은 “너무 남미·정열·느와르만 내세우면 수분기가 없어질 것 같아 촉촉하고 감미로운 곡을 함께 넣었다”고 설명했다. 앞선 곡들이 남미의 사막을 연상시켰다면, 실제 마술 전문 용어들을 사용해 마술과도 같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러브 매직’은 남미의 바다를 연상시킨다.

‘아임 낫 어 록스타’는 슈퍼키드 멤버들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곡이다. 무대 위에서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평상시에는 집에서 밀린 집안일을 하고, 술은 분위기를 탈 정도로만 적당히 마시고, 주말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는 가사 내용은 실제 슈퍼키드 멤버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리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는 3집 ‘멋지다 슈퍼키드’에 수록된 원곡에 비해 훨씬 담담하고 절제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 두 곡은 각각 징고와 헤비포터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간다고 꼽은 곡들이기도 하다.(허첵은 꼭 들어볼 것을 강요했던 ‘인트로’를 추천 트랙으로 꼽았다.)

“‘아임 낫 어 록스타’는 너무 진솔해서 지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곡이지만, 반주에 무척 공을 들였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이번 앨범에서 제일 비싼 트랙이에요.(웃음) 예전에 ‘록스타(Rockstar)’란 곡에서는 ‘아임 어 록스타’라고 외쳤었는데, 그렇게 허세를 부렸던 시절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곡을 부를 때 어색하지가 않고 가사가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10년 가까이 활동해왔기 때문에 발표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고요. ‘그리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는 슈퍼키드의 곡들 중에서도 유독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는 곡이에요. 그래서 더 정성을 다해 편곡했고, 결과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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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갈 슈퍼키드의 방향성…확실한 콘셉트와 진정성, 두 마리 토끼 잡기

정성을 쏟은 만큼, ‘세코’에 대한 슈퍼키드의 만족도는 무척이나 높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에 대해 “슈퍼키드만이 할 수 있지만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이라고 자평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검증된 곡들인 데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졌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으니 듣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근 몇 년 동안은 싱글만 나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크고 작은 공연들은 물론 방송 활동도 가능한 한 많이 하고 싶어요.”

팀 재정비 등 주변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번 앨범은 추후 공개될 슈퍼키드의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생각인지 묻자, 사운드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예전엔 앨범을 만들 때마다 의욕이 앞서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젠 의욕적인 가운데에서도 힘을 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이번 ‘세코’처럼 슈퍼키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되 계속해서 새로운 테마를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물이란 건 흐르는 방향은 알 수 없지만, 얕은 물일수록 시끄럽게 흐르는 법이죠. 저희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테마를 잡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너무 의욕적으로 생색을 내기보다는, 깊이 있고 내실이 탄탄한 곡들을 선보이겠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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