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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명량’ 최민식, “이순신 장군은 매력적인 위인…나만의 해석 필요했다”

[인터뷰]‘명량’ 최민식, “이순신 장군은 매력적인 위인…나만의 해석 필요했다”

기사승인 2014. 07. 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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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_1874
/사진=조준원 기자
최민식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다. 영화 ‘파이란’·‘취화선’·‘올드보이’·‘악마를 보았다’·‘범죄와의 전쟁’·‘신세계’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연기에 대한 믿음을 선사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명량’으로 돌아왔다.

30일 개봉한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액션대작이다. 최민식은 극중 조선 최고의 장군 이순신을 연기했다.

“대중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과 중압감이 있었어요. 과거에는 실존인물이든 가공인물이든 연기하는데 있어서 자유로웠어요. 당연히 제 상상력을 동원해 재해석했죠. 배우로서 그걸 두려워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이순신 장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인으로서 절대적 위치에 있어 부담이 됐어요. 내가 함부로 상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죠. 지금도 개운치 않아요.”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을 ‘매력적인 위인’이라 표현했다. 남자, 아버지, 군인으로서 완벽한 인물로 그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 그래서 이순신 장군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욕심을 냈다. 그 욕심은 집착으로 이어졌다.

“이순신 장군과 만나 딱 10분과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분이 어떻게 울었는지, 그분의 실제 음성·눈빛 등을 보고 싶었죠. 12척의 배로 백성과 나라를 구했는데 그런 용기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아요. 이건 허구가 아니잖아요. 실제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미치는 거예요. 이번 작품은 이런 집착이 계속 됐어요. 그분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도 받았어요. 나중에 감독·제작진과 함께 현충사에 가서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게 마지막 예의인 것 같아요. 그때는 ‘그래 수고했다’라고 해주시려나.”
[포토]최민식 '이순신 장군의 아빠미소'(명량)
/사진=조준원 기자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의 일기인 ‘난중일기’를 참고했다. 그가 의지할 곳은 ‘난중일기’밖에 없었다. 여러 작가가 쓴 수많은 서적이 있었지만 그들의 해석이 아닌 최민식만의 해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 일상적인 묘사가 특히 와 닿았어요.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라는 글이 다인데, 비(雨)가 두 번 반복돼요. 그 반복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깊게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어요. 굉장한 슬픔, 안타까움과 함께 외로움도 느껴졌죠. 그러면서 한편으로 놀라웠던 게 슈퍼맨일줄 알았던 그분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봤다는 점이에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천에 옮겼다는 게 위대한 것 같아요. 제가 감히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그분의 신념은 일기를 쓰는 습관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일기를 쓰면서 끊임없이 자기점검을 했다는 뜻이죠.”

최민식은 ‘명량’ 촬영에 앞서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씻김굿을 진행했다. 그는 씻김굿을 할 당시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대성통곡 했다. 최민식은 종교적 의식을 통해서라도 이순신 장군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장군의 옷을 태우고 그분을 보내드리는 의식이 있었어요. 그 연기를 맡아야 하는데, 보통 옷을 태울 때 연기가 새까맣고 맡으면 기침이 나야하잖아요. 그런데 물 끓을 때 수증기를 맡는 것 같았어요. 만신이 ‘잘 놀다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몸이 정말 안 좋았어요. 어깨에 쌀가마니를 지고 있는 것 같이 양쪽 어깨가 아팠죠. 촬영할 때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는데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장군님이 ‘그 목소리 아니야’ 이래서 내 몸을 그렇게 하셨나라는 생각도 들고. 강박이 심하다보니 별 생각을 다한 것 같아요.하하.”

최민식은 매 작품마다 압도적 연기력을 보여주며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왔다. 대중들은 그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다. 그렇다면 최민식이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

“원동력은 바로 나예요. 기댈 건 나밖에 없어요. 배우는 숙명적으로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하는 직업이에요. 그러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찾고, 트렌드를 쫓아가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더 옳은 작업이 무엇인지도 알겠고, 조금의 여유도 생겼으니까요. 배우로서 명성·인기 등이 한 번에 바닥에 패 댕겨 칠 수 있다는 것도 체득했죠. 물론 인기도 감사하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계속 해내갈 생각이에요.”
최민식_1855
/사진=조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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