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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끄러운 이마트의 ‘도덕불감증’

[기자의 눈] 부끄러운 이마트의 ‘도덕불감증’

기사승인 2014. 08. 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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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 차장
정해균 생활과학부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윤리경영을 가장 큰 기업 덕목으로 여기는 대기업 간판 기업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 중동점은 지난달 22일 직원 500여명의 개인 사물함을 예고 없이 점검했다. 중동점 관계자들은 마스터키를 이용해 비밀번호 입력 방식의 직원 사물함을 열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측은 “직원에 의한 도난이나 경품 및 샘플 등의 목적 외 사용 여부를 점검하고, 사용하지 않는 캐비닛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마트측은 해당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예고 없이 캐비닛을 뒤진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유통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국내 유통업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더구나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은 “윤리경영과 효율 및 내실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신세계에 창조와 혁신, 소통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덧입히겠다”고 강조해왔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이마트의 역사는 곧 국내 대형마트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이마트가 1호점인 서울 창동점을 열었을 때 국내에는 할인점이라는 개념도, 상시 저가라는 마케팅 방식도 생소했다. 이마트는 유통단계를 줄이고 운영비용을 낮추는 ‘유통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유통지도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까르프· 월마트 등 해외의 ‘공룡’ 유통업체들이 한국을 떠났다.

이런 화려한 성장사의 밑바탕에는 대기업 유통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가 밑거름이 됐다. 직원의 신뢰를 잃은 이마트에 화가 나는 이유다. 이마트 경영진은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하면 제2, 제3의 유사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야야 한다. 이른바 ‘슈퍼 갑(甲)’이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잊어버린다면 수많은 을(乙)의 분노가 그들을 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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