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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리포트] 시장경제 하에서의 중국의 50대, 비참하고 버림받은 세대

[차이나리포트] 시장경제 하에서의 중국의 50대, 비참하고 버림받은 세대

기사승인 2014. 08. 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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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준비 없는 50대들을 절대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 주셴차오 인근의 맨홀에서 사는 50대 후반의 한 여성의 모습에서 이런 현실을 읽을 수 있다.
홍순도 베이징특파원 = 사회주의는 생산성 면에서는 자본주의와 비교할 때 상당히 차이가 난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자본주의 체제를 능가할 수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이미 체제 경쟁에서는 일방적으로 졌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구상의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는 그대로 둔 채 시장경제에 눈을 돌리는 이상한 행태의 경제 운용을 하는 것은 다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주의에도 좋은 점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함께 간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아닌가 싶다.

사회주의권에서는 가장 먼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성공시킨 중국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시장경제를 시작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사회주의의 복지정책을 버리지 않은 것을 보면 진짜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 이 때문에 지금 중국의 7080 이상 세대는 풍족하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생활은 했다. 하루 세 끼는 먹을 수 있었고 등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거주 환경 정도는 보장받았다. 또 지금도 보장받고 있다. 자녀들을 원하는 데까지 공부시키는 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 세대의 한참 후배 내지는 자식들 세대인 50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 한다. 우선 출발점부터 살펴봐야 알 수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시장경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세기 8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가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막 잡을 나이였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들의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른바 톄판완(鐵飯碗. 철밥통을 의미하는 종신고용)이 존재했던 탓에 우선 직장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또 상당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하의 복지 정책에 의해 주택 구입 등에서 적지 않은 혜택을 봤다. 이 무렵만해도 이들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열광했다. 사회주의 복지정책이 완전히 폐지되지도 않았는데 시장경제의 활성화로 개인 재산을 불리는 등의 혜택을 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중국의 부호들 중 가장 많은 부류는 바로 이 무렵에 부를 쌓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가 된 지난 세기 말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톄판완이 사라졌다. 또 주택 구입 등에서의 혜택도 거의 없어졌고 의료 분야와 교육 분야에서의 복지 역시 많이 축소됐다. 이는 이들이 자녀들을 키우는 데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면 된다고 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시장경제의 물결에 편승,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문제였다. 특히 재취업이 안 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주택 구입 등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은 백척간두의 코너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지난 세기 말을 전후해 엄청나게 많이 배출됐다는 사실이다.
시장경제 하에서는 누구나 ‘아차’하면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듯, 이들 50대들 역시 바로 극빈층으로 내몰렸다. 당연히 현재 생활이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베이징 차오양구 주셴차오 일대에서 재활용품 수거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50대 후반의 차이(蔡) 씨는 고교 졸업 후 베이징 소재의 한 국영 건설회사에 경리로 취직을 했다. 근무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월급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고 하나밖에 없는 아이도 남부럽지 않게 교육을 시킬 수 있었다.

또 언제라도 시세의 30-40% 가격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주택을 살 수 있었다. 그는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면서 집은 구입하지 않았다. 이게 그에게 결정적인 ‘과오’였다. 입사한 지 10여 년이 지난 90년대 중반 직장에서 내몰리면서 집을 구입하는 기회까지 잃은 것이다.

이후 그는 재취업을 위해 무지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저축해둔 돈을 야금야금 빼 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극빈층으로 전락, 하루하루 먹고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들을 데리고 가출하는 부인을 막을 방법도 없었다. 왜 그가 그처럼 비참한 신세가 됐는지는 얘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모르고 생활을 했다. 그게 무작정 좋은 줄 알았다. 또 사회주의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줄로 착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어느 날 눈을 뜨고 보니 상황이 최악으로 변해 있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고 재취업이 안 되면 누구라도 용빼는 재주는 없다. 내 주위에는 나 같은 신세가 된 케이스가 적지 않다. 아마 우리 또래의 열에 두셋 정도는 이런 상황에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눈 똑바로 뜨고 산 친구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산다. 회사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집을 이용해 알부자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는 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으나 이미 늦었다.”

차이 씨의 케이스는 정말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와 비슷하게 된 경우는 그의 말마따나 또래에서 20~30%는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달리 말해 ‘그래도 50대의 70~80%는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 나머지 50대들도 그렇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선 직장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고 연금 등도 과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장성한 자녀들이 독립하지 않은 케이스가 무려 30%나 된다. 적지 않은 50대들이 이른바 캥거루족 자식을 가진 가장인 것이다.

이들 50대에 비해 중국의 40대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맛을 보고 자랐다. 때문에 사고 자체가 사회주의보다는 자본주의에 더 익숙하다. 종신고용이나 복지제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릴 때부터 훈련을 제대로 받은 거다. 어떻게 보면 얼떨결에 시장경제라는 파도에 대책 없이 내몰린 50대들보다는 행복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시장경제 하의 자신들이 버림받은 비참한 낀 세대라는 50대들 대부분의 자조는 이로 보면 그다지 과한 표현도 아닌 듯하다. 2014년 현재의 50대가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라는 단정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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