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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가다] 수의입고 유서 쓰며 ‘훌쩍’...임종체험기

[현장을 가다] 수의입고 유서 쓰며 ‘훌쩍’...임종체험기

기사승인 2014. 08. 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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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가다]임종체험01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라지만 가끔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아직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안됐어” “버킷 리스트 중 실행에 옮긴 게 고작 한두 개일 뿐이야” 등 억울한 사연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죽음을 한번 맞이해보고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8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에서 직접 ‘임종체험’을 경험해봤다.

[현장을가다]임종체험02
체험의 시작은 영정사진 촬영이었다. 체험자들이 순서대로 센터 구석에 위치한 작은 스튜디오에서 차례차례 영정 사진을 찍는다. 활짝 웃는 얼굴이 영정사진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직원의 조언이 있었지만 왠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정용문 효원힐링센터 센터장의 강의가 이어졌다. 사람이 태어나면 죽는 게 당연한 건데 우리는 죽는 과정을 단 한 번도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지금 살고 있는 순간이 기적일지도 모른다”면서 체험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권했다.

강의가 끝나면 미리 찍어둔 영정사진을 찾아 저승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위층 공간으로 이동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관이 질서 있게 늘어져 있고 관 옆에는 유서를 쓸 수 있도록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이윽고 수의를 입는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수위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센터장의 질문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소중한 물건이든 세상을 떠날 땐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승과 작별하는 길에 입는 이 수의 하나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인간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현장을가다]임종체험03
그리고 이어진 유언장을 쓰는 시간.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비교적 젊은 나이의 체험자도 이 순간만큼은 사뭇 진지했다. 가족들에게 나누는 작별 인사,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후회, 그동안 미안했다는 사과 등 각각의 사연들이 이어졌다.

센터장이 몇몇 체험자들에게 유언장을 낭독하게 하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온다.

마지막으로 관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저승사자가 조용히 다가와 관을 닫아준다. 관이 닫힌 순간, 어둠 이외엔 아무 것도 없다. 15분간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관이 열리고 내가 버려야 할 것은 모두 관 속에 놔두고 오라는 센터장의 말과 함께 관을 나온다. ‘죽음’의 목전을 경험하면 인생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간단명료한 진리. 오늘 따라 이 진리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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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에 두고 가족과 이웃을 바라보면 용서 안 될 게 없습니다” 정용문 효원힐링센터장 인터뷰
[현장을가다]임종체험05
- 효원힐링센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효원힐링센터는 무료 임종체험을 통해 죽음을 앞둔 절실한 마음으로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도록 도와 드리는 곳입니다. 특히 청소년폭력, 자살, 가정파괴, 노인 고독사 방지에 큰 도움이 되는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효원상조의 김상봉 회장의 착한기업을 만들기 위해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습니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가족, 이웃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가정파괴와 자살,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화해와 용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죽음에 임박해서야 화해와 용서를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죽습니다. 죽을 때 할 용서와 화해를 앞당겨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는 임사체험과 사후세계를 연구 했는데 대부분의 임사 체험자들의 대다수가 인생에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고, 보람 있고 남을 배려하는 삶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에 착안해 가상의 임종체험을 통해 감사, 용서, 화해, 사랑의 실천을 도와주는 감동의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방문객 혹은 임종체험에 관심 있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기적이라는 것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한두 가지 고민은 다 있습니다. 때론 혼자 살아가기도 힘에 부칩니다. 우리 사회는 나 혼자 만의 능력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사회적 책임을 대신하고 있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큰소리를 낼 수없는 부끄러운 존재들입니다. 가족과 이웃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가족과 이웃을 바라보면 용서 안 될 것이 없고 갈등과 고민도 해결 될 것입니다. 용기와 시간을 내서 임종체험을 경험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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