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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가 우리 군 개혁의 핵심이다”

“모병제가 우리 군 개혁의 핵심이다”

기사승인 2014. 08.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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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악습 뿌리뽑자 릴레이 인터뷰] 진호영 전 국방개혁위원 "모병제로 가야 악·폐습 근절하고 정예 강군 만들수 있다"
진호영 교수
진호영 극동대 교수(예비역 공군 준장)는 2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이 모병제로 가야 병영의 악·폐습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김종원 기자
육군28사단 윤모 일병에 대한 집단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비롯해 육군22사단 총기 난사 사고 등 최근 군의 군의 악·폐습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군의 개혁과 병영 혁신을 우리 군에만 맡겨 놔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커져 가고 있다.

국방부 국방개혁위원을 지낸 진호영 극동대 교수(예비역 공군 준장·공사 29기)는 21일 오후 “군 조직을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공군19전투비행단장과 공군 연구분석평가단장, 합참 상부구조개편단 공군처장을 역임했다. 독일 지휘참모대학을 졸업했으며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갈등관리 과정을 연구했다.

-군대 악습의 근원은?

“우선 직접적으로는 병사관리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가혹행위가 오랜 시간 벌어지고 있어도 지휘관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병사들의 밀착 관리가 전혀 작동 안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군 상담관제도나 소원수리 등 여러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군 병영환경이 일제 잔재의 악습이 남아 있는 전근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데 있다. 전후 60여 년 동안 끌려오다시피 징집돼 온 젊은이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어린아이 취급을 하며 군 복무를 강제하는 틀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병영 악·폐습이 왜 근절되지 않나?

“그동안 우리 사회 환경과 입영 장병들의 수준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병영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에 장병들을 몰아 넣고 사회와 단절된 채 2년여간 통제와 억압 속에서 국방의무를 하라는 것이다. 선임병들이 낯선 환경에 두려워하고 있는 후임병을 가르치고 또 선임이 되면 반복하게 된다. 어느 조직이나 텃세가 있기 마련이고, 병영은 특히 계급 차이, 상명하복이 덕목인 폐쇄된 곳이라 이런 구조에서 선임병들의 폭력이 악순환되고 있다.

부대에 따라 간부들이 부대·병사 관리 차원에서 선임병들에게 ‘잘 가르쳐라’, ‘군기 잡아라’는 주문까지 하면서 남을 가르쳐 본적도 없고 젊은 혈기를 어떻게 분출할지도 모르는 젊은이들을 악습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 한마디로 몰라보게 커버린 청년들에게 아버지 세대가 입던 작고 낡은 옷을 입혀 놓고 몸을 맞추려 하는 병영 환경의 부조화가 지속되는 한 군 폭력 사고는 근절되지 않는다.”

-우리 군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모병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렇다. 군 폭력뿐만 아니라 낡은 병영, 미약한 복지, 진급정체 등 현재 우리 군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전후 60여 년 동안 지속돼 온 병력구조 프레임을 모병제로 바꾸는 것이다. 군사 기술과 안보·사회 환경이 급변한 만큼 군 조직과 군사 전략도 변해야 한다. 군 조직을 송두리째 바꿔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모병제로 바꾸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병력을 과감히 대폭 줄이고 군대를 첨단화·과학화해 정예군대로 만들면 전투력을 유지되면서 큰 예산 증가 없이 선진화된 모병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모병제 군대가 되면 병영환경은 그야말로 천지 개벽이 될 것이다. 모병제는 군사력을 전문화시키고 과학화·정예화한 강군을 만들어 현재와 같은 인권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군 폭력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같은 직업군인으로 된 병영은 현재처럼 선임이 신병을 괴롭히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군 부적응자들이 군에 들어오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사회와의 단절감이 크게 해소되며 군의 폐쇄성이 크게 완화될 것이다.”

-모병제로 가면 예산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모병제를 하면 엄청난 예산 폭탄으로 국방비가 지금보다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맞는 말이다. 간단한 계산으로 10만명을 모병하면 급여만 한 해 2조5000억원 남짓 더 들어간다. 하지만 병력을 줄여가면서 남는 운영 유지비로 무기를 첨단화·과학화하고 모병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모병제로 전환할 때 초기 예산 증가가 있을 수 있지만 예산폭탄이라는 것은 지나친 기우다. 모병제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면밀히 분석하면 충분히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모병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육군은 사단급, 해군은 전단급, 공군은 전투비행단급 부대 중에서 육·해·공군 한 부대만 줄여도 한 해 30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병력 30만 명을 줄이면 이런 부대 30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해마다 9조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으로 첨단 무기를 전력화하면 병력은 줄어도 군사력은 선진국처럼 더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 10년 동안 병력을 순차적으로 줄여가면서 예산 절감 효과를 활용해 첨단 무기를 전력화하면 큰 예산 부담 없이 10년 안에 현대화된 간부 위주의 완전한 모병제로 갈 수 있다.”

-더 이상 우리 군의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이 큰 것 같다.

“사회 환경이 빠르게 변한만큼 군이 변하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 비단 병영사고뿐만 아니라 군의 합동성과 비효율성, 관료주의 문제도 만연해 있다. 그동안 군이 여러 차례 국방개혁을 추진해 나름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군 개혁을 군에만 맡겨서 ‘자기 팔 자기가 못 자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국방개혁을 성공한 나라들은 군보다는 민간이 주도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다. 전후 큰 변화 없이 전근대적으로 운영해 온 우리 군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거듭나게 해야 한다. 군 제도와 환경, 운용, 구조 전반을 현대화하고 군인 처우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자기 희생을 전제로 살아가는 군인에 대한 예우가 우리나라처럼 미흡한 나라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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