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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로 포장된 군 간부 구타·가혹행위 보고서

‘얼차려’로 포장된 군 간부 구타·가혹행위 보고서

기사승인 2014. 0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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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들 얼차려 규정 있어도 잘 모르거나 무시
얼차려 부여시 병사 병영생활 상태와 체력수준 고려해야
"기준에 어긋나는 얼차려는 명백한 가혹행위"
2011년 2월 인천 모 육군부대의 중대장 A대위는 지휘관인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만취 상태에서 병사들에게 얼차려를 부여하고 새벽 시간 곤히 잠든 병사들을 깨워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돌게 했다.

지난해 7월 초 자해 사망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김지훈 일병(당시 22세) 역시 사망 하루 전 오후 9시 20분부터 10시까지 A중위의 지시로 완전군장을 한 채 비행단 연병장을 돌았다.

더구나 당시 김 일병은 국군 수도병원에서 정신과 치료가 예약돼 있는 상황이었지만 A중위는 김 일병의 이런 상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윗선에 보고도 없이 ‘얼차려’로 가장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2008년 5월 육군은 얼차려의 실시요령·대상·방법·절차 등을 명시한 병영생활규정 제30조를 만들었지만 정작 간부들은 이를 잘 모르거나 지키지 않을뿐더러 얼차려로 구타·가혹행위를 포장, 병사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얼차려는 피교육자인 병사의 병영생활 상태와 체력수준을 고려해 방법과 횟수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회 1시간, 1일 2시간 이내로 실시해야 하고 집행권자(분대장 이상 간부·휴무간 일직사관 이상 간부)가 승인권자(소대장 이상 지휘자(관)·휴무간 대대급 이상 일직사령)에게 ‘시기·장소·방법’ 등을 보고한 뒤 승인에 따라 집행하도록 돼 있다.

위 사례의 얼차려는 보고와 승인 없이 진행된 데다가 집행 기준 시간을 벗어나 있다. 엄연히 제대로 된 얼차려가 아닌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음치인 병사에게 장시간 노래를 부르게 하고, 무릎이 아픈 병사를 상대로 장시간 완전군장 구보를 시키는 경우, 이는 ‘얼차려’ 규정을 벗어난 가혹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차려 기준과 매뉴얼이 있지만 간부들이 이를 잘 모르거나 무시, 보고 없이 즉흥적으로 얼차려를 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간부 내 사이에서는 ‘기수·집합 문화’ 등이 군기 확립을 위한 얼차려로 포장, 피해를 입은 후임 간부가 신고를 하면 ‘유령·왕따’로 낙인을 찍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위로 전역한 김모씨(27)는 “간부들 사이에서는 선배가 후배들을 집합시키고 연병장을 돌리는 등의 ‘얼차려’가 비일비재한데 이를 신고하면 자기 기수뿐만 아니라 선·후임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군 생활이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군대는 21세기 병사들을 20세기 시설 안에 묶어둔 채 19세기 문화에 따라 훈육시키고 있다”며 “군기에 대한 관점이 19세기에 멈춰 있는데 이런 군기에 대한 기본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임무수행을 제대로 했느냐’가 군기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야전 부대에서 얼차려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간부가 병사에게 진이 빠질 때까지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시키는 명백한 가혹행위인 것으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얼차려 기준은 강하게 준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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