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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못 그리는 SK…비상구는 오너 리더십

‘큰 그림’ 못 그리는 SK…비상구는 오너 리더십

기사승인 2014. 08.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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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투자 부재…'빠른 의사결정', '통큰 결단' 필요
SK-주요-계열사
8월 26일. 고(故)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의 16주기인 이날 SK그룹 내부 분위기는 차분했다.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이라 최 전 회장의 추모식도 유족과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최 전 회장의 16주기는 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흔들리는 ‘SK인’들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된 듯하다. SK그룹 임직원들은 숱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SK를 내실있는 기업으로 키운 최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한번 힘을 내는 분위기다. 그룹 내부에서는 “아무리 힘든 위기라도 극복할 수 있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SK그룹 내부에서 ‘위기’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최 회장의 경영 공백이 그룹 경영 실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3년 SK그룹 전체 매출 157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소폭 줄어들면서 2003년 이후 10년만에 그룹 외형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실적 결과는 이 같은 불안을 더 부채질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SK그룹 상반기 영업이익이 3조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조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나 감소했다. 특히 그룹의 중심 축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재계는 일찍이 SK의 성장 둔화를 예감했다. 최 회장 구속 이후 SK그룹의 경영 스타일이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SK의 성장 원동력이었던 ‘빠른 변화’ ‘공격적 M&A’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SK는 STX 팬오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 순간엔가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해외 사업도 잇따라 중단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리스크’라고 진단한다.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 집단지성의 경영체제가 갖춰진 SK그룹이지만 총수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들의 한계로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꼽는다. 오너경영인들은 전문경영인에 비해 직위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경영공백이 드러나는 부분도 ‘글로벌 사업’ ‘해외 사업’ 등 장기 투자 분야다. SK는 현재 최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해외 사업 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12년 최 회장이 나서 터키 대기업인 도우쉬그룹과 사업 협력에 합의하고 공동펀드를 설립했지만 지난해 11번가의 터기 시장 진출 이후 추가 사업은 답보 상태다. 태국을 허브로 한 동남아 지역 에너지 사업과 자원개발사업, IT 사업을 통합해 태국에 잦은 홍수 방지를 위한 물관리 사업에 진출하려던 계획도 보류됐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경제학 박사)는 “전문경영인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오너경영인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한국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사업에 있어 오너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오너경영인들은 오랜기간 경영인으로 지위를 유지했기 때문에 해외 정보 수집 및 외부 인사교류 등 네트워크가 강화된 부분이 있다”면서 “전문경영인의 경우 성장해온 분야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경영 결단’도 오너경영인들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손종서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의 장점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의사결정구조는 하향식이기 때문에 전권을 가진 총수의 결단이 기업 경영에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SK하이닉스 인수에서 볼 수 있듯이 신사업 추진 등에 있어서는 오너의 결단이 중요하다”면서 “전문경영인들은 막대한 투자금액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2011년 차입금 6조8000억 원의 빚 투성이 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그룹 내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무려 3조3747억원이라는 인수자금이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효자’로 떠오른 석유개발도 최 태원 회장이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얻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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