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지난 25일 사내게시판에 비상경영 담화문을 올렸다. 인력 감축을 628명에서 460여명으로 축소 조정하고, 나머지 부담은 회사가 감당하겠다는 것과 해고예고 대상직원 200여명에게 26일 개별 통보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27일까지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가 실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해고예고통보 대상 직원도 포함해 신청을 받는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현대증권은 외부 전문기관의 진단을 근거로 지난 6~11일 희망퇴직 신청을 한 차례 받았지만 261명이 신청해 목표치에 미달하자 희망퇴직 추가실시라는 강경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말이 좋아 ‘희망퇴직’이지, 목에 칼날을 들이밀고 나가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하루 뒤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해고예고통보를 하겠다고 미리 공표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했다.
이는 윤경은 사장이 그동안 보인 모습과는 정반대다. 윤 사장은 지난해 5월 단독대표 취임 후 수시로 지점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매각대상이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케이파이(K-FI) 글로벌’, 증권사 최초 체크카드 ‘에이블(able) 카드’, 펀드 슈퍼마켓 ‘에이블 펀드마켓’을 잇달아 내놓으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현재 모습은 인력 자르기로 직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 진단이 유일한 해법인 듯 내세워 구조조정 숫자를 양보했으며, 해고예고대상자도 희망퇴직 기회가 있으니 신청하라고 선심쓰는 척한다.
구조조정은 한 사람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대상자들과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해고예고대상자 통보를 미리 공표해 순순히 나가라는 식으로 겁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