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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한글을 몰랐던 문해 학습자, 82세에 ‘시인’이 되다

[동영상] 한글을 몰랐던 문해 학습자, 82세에 ‘시인’이 되다

기사승인 2014. 09. 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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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TV] 82세에 시집 <민들레> 출간한 ‘송당 김영희’ 시인과의 만남

 

아시아투데이 주은정 기자 =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을 잘 몰랐던’ 한 할머니. 비록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소녀 시절부터 간직해 온 ‘시인이 되어 시를 쓰고 싶다’는 꿈이 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지인으로부터 ‘한글을 배우러 가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할머니는 ‘한번 해보자’며 용기를 내어 ‘충남서부평생학습관’을 찾아갔습니다.


뒤늦게 문해반에 입학한 할머니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기쁨이었고, 학교에 다니는 것은 행복이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수업이 있는 날이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40여 분을 걸어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 과정에 올라가며 운명처럼 김정옥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수업 첫 시간, 각자의 꿈을 적어내라고 말한 김정옥 선생님은 ‘시를 쓰고 싶고, 나만의 시집을 갖고 싶다’는 김영희 학생의 꿈을 알게 되었고, 그날부터 무엇이든 시로 표현해서 써오라고 말합니다. 가필이나 대필 없이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만의 시를 쓰기 시작한 김영희 학생과 그를 옆에서 열정적으로 도왔던 김정옥 선생님이 함께한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 그리고···.


1년 후, 시집 <민들레> 출간. 화백문학 여름호(48)호 신인상 수상.
80 평생 문맹으로 살아온 문해교육학습자 김영희, 송당 김영희로 시인 등단.


아투TV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함께 송당 김영희 시인을 만나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한 ‘배움의 도전과 가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충남서부평생학습관의 문해반에서 글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아는 동네 주민이 충남서부평생학습관에서 선생님이 직접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같이 가보자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제가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좀 망설였어요.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한번 가보자’고 마음먹고, 충남서부평생학습관에 가게 됐어요.


Q. 충남서부평생학습관 문해반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은 어떠셨나요?


글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반에서 1등을 해서 무슨 상이든 상을 꼭 하나 받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습관에 다니는 집념을 보였던 것 같아요.


Q. 한글을 공부하시다가 어떻게 시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3단계 과정에 올라와 김정옥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첫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적어서 내라고 하셨어요. 그때 ‘시를 쓰고 싶고, 나만의 시집을 갖고 싶다’고 적어냈어요. 그것을 보신 선생님께서 시를 쓸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고, “써보겠다, 해 보겠다”고 대답했어요. 그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에 돌아와서 내내 생각하고 고민해서 겨우 몇 자, 몇 줄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써온 시를 다시 써오라고 하지도 않으시고, 고쳐서 써오라고 하지도 않으시고 받아만 두셨어요. 그러더니 졸업 몇 달을 앞두고 저를 부르셔서 지금까지 제가 쓴 시를 잘 다듬어서 시집을 내보자고 하셨어요.


Q. 시집을 내기 위해 시를 다듬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제가 서툴게 쓴 시를 고치는 작업이 너무 힘들었어요. 선생님이 직접 수정을 해주신 것이 아니고, 제가 스스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하셨거든요. 받침 하나만 틀려도 다시 써오라고 하시고, 또다시 써오라고 하시고. 아유... 정말 지치고 힘들게 수정했는데.. 그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시집을 갖게 된 거죠.


Q. 언제부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철이 든 소녀 시절부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마음속에 있었어요. 이름 모를 풀잎, 꽃을 보면 이름을 알고 싶었고, 그것을 시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시집 제목을 <민들레>라고 지으셨고, 시집 안에도 ‘민들레’라는 시가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민들레는 초가집 담장 밑에서 자라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밟히고 밟혀도 꿋꿋하게 꽃을 피워내죠. 그것을 보면서 마음에 와 닿았고, ‘민들레’를 시로 쓰고 싶었어요.


Q.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영감을 얻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세요?


며칠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 편을 겨우 써요. 아무리 짧은 시도 놀이터의 아이들을 본다거나 주위의 사물들을 보고 느낀 것을 충분히 생각해서 써요. 주로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한 소회를 시로 썼고, 가끔은 TV에서 유명한 분이 좋은 말씀을 하는 것을 보면 종이에 적어뒀다가 시에 인용하기도 해요. 뭐, 그냥 썼어요. 그렇게(웃음)


Q. 화백문단 여름호(48호)의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참 그냥 별것도 아닌 시를 써서 낸 것뿐인데... 상을 받게 되었어요. 그때는 참 뿌듯했어요. 못했던 공부를 뒤늦게 시작해서 내 힘으로 글을 쓸 수 있고, 시를 써서 상까지 받았다는 것이 매우 기쁘고, 나 자신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김영희 시인의 꿈은 무엇인가요?


제 꿈은 ‘좋은 시를 써서 크게는 아니어도 조그마한 시집을 한 권 더 내고 싶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예전만큼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과연 또 시를 쓰고, 시집을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해요. 그렇지만 꿈은 있어요. 또 한 권의 시집을 내는 것!


Q. 마지막으로 평생학습, 특별히 문해교육에 대한 김영희 시인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누구나 나이 들어서 한글을 배운다는 것에 대해 창피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어요. 저도 처음에 책가방을 메고 학습관에 공부하러 갈 때 사람들이 등산가냐고 물으면, 창피한 마음에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창피하지 않아요. 오히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주위에 한글을 모르는 지인들에게 한글을 꼭 배우라고 권유하는데, 다들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더라고요. 가서 조금 배우면, 배움에 대한 욕심이 생길 것 같은데(웃음)

사람이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좋아요? 배워서 전혀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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