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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리딩뱅크서 꼴찌뱅크로 추락…상반기 실적 최하위 수준

KB, 리딩뱅크서 꼴찌뱅크로 추락…상반기 실적 최하위 수준

기사승인 2014. 09. 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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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의 내분 사태가 심화되면서 KB국민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이익 규모가 급격히 줄어 더이상 리딩뱅크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 간 갈등의 골마저 깊어지자 KB 안팎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타협이든, 물갈이든 신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KB의 경쟁력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올 상반기 이익규모 ’꼴찌‘ 수준…리딩뱅크 위상 실종

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적지 않은 이익 규모를 자랑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으며 특히 2007년에는 사상 최대인 2조7738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이는 당시 2위인 신한은행(2조532억원)이나 우리은행(1조7774억원), 기업은행(1조1679억원), 하나은행(1조517억원) 등의 이익 규모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국민은행은 ’꼴찌 뱅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원에 불과해 우리은행(5267억원)과 더불어 순익이 가장 적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8421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총자산 규모가 국민은행보다 훨씬 작은 기업은행(5778억원)보다도 이익 규모가 작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93조원으로 기업은행(226조원)보다 훨씬 크다.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두 은행 순이익을 합치면 8천658억원에 달해 국민은행을 훨씬 앞서게 된다.

국민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점포수 1157개, 인원수 2만1396명으로 외형상으로는 국내 최대이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꼴찌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국민은행 위기는 예금과 대출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 우리, 신한, 기업, 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총대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 2012년 말 25.6%에 달한 국민은행의 점유율은 올해 6월 말 24.5%까지 떨어졌다. 총수신 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갈수록 심해지는 시중은행 간의 경쟁 속에서 국민은행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 풀리지 않는 갈등…해법으로 “대타협 필요” vs “모두 물러나야”

KB금융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체제 출범 후 계속 이어져 온 관치금융의 후유증을 KB금융 추락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2008년 9월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 후 1대 황영기 회장부터 2대 어윤대 회장, 3대 임영록 회장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의 제재가 잇따르고 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등 관치금융의 문제점이 심각했다는 지적이다.

현 체제에서도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지점 부실대출, 카드사 정보 유출, 주 전산기 교체 논란 등으로 수십명의 임직원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까지 드러나자 실망감은 한층 더 커졌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화해의 손을 맞잡으러 간 템플스테이에서 갈등을 빚고,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킨 점 등은 세간의 비판을 사고 있다.

더구나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및 오사카지점에 대해 4개월 동안 신규영업을 못 하게 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KB금융그룹이 해외에 진출할 때 불이익을 겪고 국제적인 신인도마저 하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이 갈등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두 사람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갈등의 골을 메우고, 조직의 앞날을 위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추락하는 KB금융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그렇지 않아도 작년 말부터 드러난 KB금융의 여러 문제점이 KB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 두 사람이 갈등을 반복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며 “두 사람이 타협해 여러 현안을 함께 풀어가지 않는 한 KB의 앞날이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한 직원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금융 환경에서 최고 경영진마저 저런 모습을 보이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며 “최고 경영진이 진정 회사를 생각한다면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미 두 사람의 갈등 골이 수습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라리 사퇴를 압박하거나 금융당국의 제재로 두 사람의 퇴진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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